동굴이 시작되기 전에는
인도보리수가 무심하게 있지
굵은 아랫도리 뒤틀면
땅 속 환한 뿌리에서
황혼의 우파니샤드가 새떼로 날지
엉킨 허공은 풀어헤쳐지고
허공의 촘촘한 골들과
흩어진 연기 쓰다듬는
벼랑 끝 현자의 눈빛
붉은 강의 함몰
언 적막 동굴
거대한 입구가 내뿜는
축축한 체취들
단단한 잎이 심장을 두드린다
새가 앉아 있는 스트로우베리 트리가
붉은 팔 뻗어 동굴로 향한다
한번은 지나야할 동굴
하늘과 땅은 서늘한 불꽃 소용돌이지
인도보리수 뾰족한 잎 끝을 지나면
덩굴이든 뱀이든
축축하고 푹신한 흙길을
맨발로 걷지
핑 도는 어지러움은 잠깐
어디서가 물이 고요로 흐른다
석연경 / 시인, 문학평론가.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둥근 거울'과 시 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를 냈다. 송수권 시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으며 순천에서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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