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벼랑 끝 내몰리는 자영업자 급증, 선별적 채무조정 방안 마련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4-05-10 18: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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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경기 하강 국면에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가 겹치면서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금리 기조에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경기 회복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런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자영업자 중 3곳 넘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는 173만 1,283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 가운데 51.5%를 차지했다.

지난 5월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1조 3,56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9,870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37.4%인 3,690억 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 역시 314조 6,860억 원에서 322조 3,690억 원으로 2.4%인 7조 6,830억 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연체 증가세가 가파르다.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연체율도 0.31%에서 0.42%로 0.11%포인트 뛰었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액이 지난해 1분기(3월) 말 1,930억 원에서 1년 새 3,460억 원으로 79.3%인 1,530억 원 증가하면서 연체율이 0.6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연체액은 1,730억 원에서 2,640억 원으로 52.6%인 910억 원 늘어나면서 연체율도 0.20%에서 0.29%로 높아졌다. 신한은행은 연체액이 2,150억 원에서 2,660억 원으로 23.7%인 510억 원이 늘면서 연체율은 0.40%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1,650억 원에서 2,030억 원으로 23%인 380억 원 증가하면서 연체율이 0.40%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은 2,410억 원에서 2,770억 원으로 14.9%인 360억 원 늘면서 연체율은 0.47%로 나타났다.

지난 5월 8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봐도 올해 3월 말 기준 소액생계비대출 연체율은 15.5%로 출시 직후인 지난해 6월 말 2.1%와 비교해 무려 7.38배로 높아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연체율이 21.1%로 가장 높다. 20대 연체율 21.1%는 전체 평균 16.8%보다 4.5%포인트 높고 50대 연체율 12.5%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최대 1,200만 원을 내주는 서민금융 상품 ‘햇살론 유스’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상황이다. ‘햇살론 유스’를 이용한 청년층이 원리금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대위 변제액은 1분기 말 기준 1,280억 원을 기록해 누적 변제율이 9.6%에 달한다. 지난해 대위 변제액은 5,050억 원으로 전년도 2,570억 원의 1.96배나 늘어났다.

이렇듯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코로나19 위기 때보다 무려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대출금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7만 2,800여 명으로, 코로나19가 절정이던 2021년 말에 비해 2.9배로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이 같은 부실 자영업자가 1만 명 넘게 증가했다. 도대체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고금리, 고물가와 내수 침체 속에 빚으로 연명하던 자영업자들이 빠른 속도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버팀목이 됐던 정부 지원책 중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 종료되면서 누적된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1,109조 원으로 불어난 가운데 3개월 이상 갚지 못한 연체액만도 27조 원으로 1년 새 50%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사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절반을 넘어섰다.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 빚이 양적, 질적으로 모두 위험 수위를 넘어서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는 뜻이다.

이러다 보니 자금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은 차라리 폐업을 택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최근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 8,867개 중 문 닫은 폐업한 업체는 17만 6,258개로 폐업률이 21.52%에 달해 외식업체 5곳 중 1곳 이상 문을 닫은 셈인데,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9만 6,530개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자영업자 퇴직금’으로 불리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 건수는 11만 15건으로, 조사 이후 처음 10만 건을 넘어섰고, 폐업공제금 지급액 역시 역대 최대치인 1조 2,600억 원으로 1조 원을 처음 넘었다. 그만큼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가 많다는 의미다. 또한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나 홀로 사장님’은 10명 중 8명꼴이다. 돈을 받지 않고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무급가족종사자’도 올해 1월 기준 76만 5,0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5월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438만 7,0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위험이 최고조였던 2008년 11월 451만 7,000명 이후 14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8개월 연속 줄면서 407만 9,000명까지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어졌던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제도가 작년 9월 말 종료되면서 상환 부담이 커진 영세 자영업자들의 도미노 폐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자영업의 위기 상황이 쉽게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체감 경기가 얼어붙은 가운데 소비 부진, 인건비·원자재 값 상승, 고금리 등 자영업자가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2일(현지 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4월 이후 통화 정책 전제가 모두 바뀌었다”라며 고금리 기조 장기화를 시사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가 내려가야 국민이 체감 경기 회복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상황이 그만큼 더 어려워진 것임을 암시하는 셈이다. 국내 자영업자 비중이 여전히 전체 취업자의 20%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영업 부실이 가파르게 진행하는 경우 가계는 물론이고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돕기 위해 소액 채무 즉시 면책 제도를 도입하는 등 더 늦기 전에 대출자 상황에 맞는 선별적 채무조정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선 다른 일자리를 찾아 옮겨 갈 수 있도록 폐업 지원 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코로나19 때 보다 더 버티기가 힘들다”라는 자영업자들의 볼멘 하소연을 그냥 흘려들어선 안 된다. 한계 상황에 처한 취약계층에 대한 피부에 와닿는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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