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세계 최악 저출생 국가, 다자녀 가구 소득세 부과 방식 개편을

편집국 / 기사승인 : 2024-05-25 18: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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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17년경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 재직 중 한국의 저출생·고령화를 겨냥해 “집단 자살 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라고 경고했을 때만 해도 한국의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1.05명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 올해 출산율은 0.68명까지 주저앉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1년 전보다 0.05명 감소한 0.65명으로 떨어졌다.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의미하는 대체 출산율 2.1명에는 3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1.5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렇듯 출생률 하락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부각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세계 출산율이 2.1명대로 떨어져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체 출산율을 하회(下廻)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5월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SJ은 지구촌이 놀라운 인구통계학적 이정표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출산율이 소득, 교육, 노동력 참여 수준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국가에서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선진국들은 가족 친화적 세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세계 최악의 저출생 국가인 한국은 자녀 많이 키우는 가족에게 불리한 세제를 유지하고 있다.

자녀에 대한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자녀 소득공제가 무려 16년째 동결된 가운데 저출산 대응을 위해 공제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0세 이하 자녀에 대한 1인당 공제액이 2009년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상향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16년간 제자리 그대로 똑같은 금액이다. 지난 2009년 3월에서 올해 3월까지 소비자물가가 36% 올랐지만 물가 상승 폭에 비하면 세금 혜택은 외려 쪼그라든 것이다.

일본은 자녀 생계비 부담을 덜기 위해 소득공제액을 기존 38만 엔(약 330만 원)에서 특정 연령대의 경우 최대 63만 엔(약 417만 원)으로 올렸다.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일본은 2018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2020년 이후 소득세(2021년도분 이후의 주민세)에 대해 기초공제액을 최고 48만 엔(약 417만 원)으로 올렸다. 부양친족에 대해서도 일반의 경우 1인당 38만 엔(약 330만 원)은 동일하지만, 특정부양친족(19세 이상~23세 미만)은 63만 엔(약 549만 원), 노인부양친족은 48만 엔(약 417만 원), 동거 노친 등은 10만 엔(약 87만 원)을 가산한다. 자녀가 19세 이상 성인이 되어도 소득이 없는 학생이면 23세까지 25만 엔을 공제해 준다.

독일도 올해 자녀 1인당 소득공제액은 지난 2009년 1,932유로(약 280만 원)에서 3,192유로(약 471만 원)로 65% 이상 상향됐다. 독일은 맞벌이 부부 각각 자녀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자녀 2인 기준 공제액은 6,384유로(약 942만 원)까지 늘어난다. 나라에서 세금 안 걷을 테니 아이 많이 낳아 잘 키우라는 뜻이다. 미국도 4,040달러(약 548만 원), 프랑스도 가족 계수 제도상 경감한도액인 3,020유로(약 446만 원)로 우리나라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높다. 육아 도우미 비용까지 세액을 공제해 준다. 가족 수가 많을수록 세율을 낮게 적용하는 차등 소득세율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일하는 여성에게는 자녀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직장 여성 자녀 공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OECD 주요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한국의 자녀 소득공제액을 조속히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세계 각국이 물가 상승 폭 이상으로 공제액을 늘려온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소득 없는 자녀에게도 만 20세가 넘으면 무조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심지어는 만 20세 이하 자녀가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연간 500만 원 이상 근로소득을 올리면 공제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다. 지난 5월 20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출산·양육 관련 세제지원은 주로 소득세를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다. 소득세의 경우 비과세, 소득공제, 세액공제 방식으로 조세지원이 이뤄진다. 이중 정부는 출산·보육수당에 대한 월 10만 원 한도의 소득세 비과세, 육아휴직급여 등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를 감면해 주는 제도 역시 2010년 도입 후 한 번도 기준을 바꾸지 않아 감면액이 15년째 그대로다. 소나타 등 일반 승용차는 140만 원까지 취득세를 깎아준다. 카니발 등 7인승 이상의 승합차는 취득세가 200만 원 아래일 경우 전액 면제해주고, 20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85%의 감면율로 깎아준다. 전세 대출 원리금 소득공제나 월세 세액공제 같은 각종 주택 관련 세금 역시 다자녀 가족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전세 대출 원리금에 대해 연간 이자 상환액의 40% 범위에서 최고 400만 원을 공제해 주는데 적용 대상이 수도권은 전용면적 85㎡까지이고 비수도권은 100㎡까지다. 방이 많이 필요한 다자녀 가구가 이보다 넓은 집을 전세로 얻으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출생률 제고를 위해서 온갖 정책을 발표하고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을 썼다지만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저출생과 무관한 부처별 각종 사업이 저출산 정책으로 포장되고 정작 필요한 제도에는 찔끔 지원이 이뤄지면서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녀 키우는 부모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납세제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자녀를 키우는 가구에 대해서는 소득공제를 더 해주고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소득세 안 내는 사람들 비율은 대폭 줄이는 등 저출생·고령화 추세에 맞춰 소득세 부과 방식을 전격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저출생 해결을 위한 인구특별회계나 기금을 편성하는 등 목적세 부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출생률 제고를 위해서는 여성이 경력(Career)을 단절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가소멸 위기’의 ‘인구 대재앙’을 극복하기 위해 발상을 바꿔 정책 대전환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세금에 대한 인식 개선과 동시에 다자녀 가구 소득세 부과 방식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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