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가계부채와의 전쟁, ‘대출 억제·공급 확대’ 일관된 기조로 승기 잡아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4-09-06 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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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지난달 가계 대출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 대출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각각 9조 6,259억 원, 8조 9,115억 원에 달하면서 동시에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지난 9월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8월 말 기준 가계 대출 잔액은 725조 3,642억 원으로, 7월 말 715조 7,383억 원보다 9조 6,259억 원이나 늘어났고, 가계 대출 급증세를 견인한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지난 8월 말 568조 6,616억 원으로 7월 말 559조 7,501억 원보다 8조 9,115억 원이나 늘어났다.

지난 8월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2/4분기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 2,000억 원으로, 1분기 대비 13조 8,000억 원이 늘어났다. 이는 1분기 1,882조 4,000억 원으로 가계신용이 지난해 4분기보다 3조 1,000억 원 감소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거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대금 등을 합한 금액으로 가계 부문에 관한 신용 공급 상황이나 규모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지표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가계 대출 잔액은 1,780조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3조 5,000억 원 증가하고, 판매신용 잔액은 116조 2,000억 원으로 3,000억 원 증가했다. 이처럼 금융권 가계 대출 잔액이 1,780조 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앞다퉈 올리고 일부 대출상품 취급을 중단하는 등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에 따른 대출 수요를 막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이 가계 대출이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은행권은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기로 했다. 지난 9월 1일부터는 대출 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본격 시행되면서 대출 절벽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 강력한 조치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대출만기를 기존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거나 MCI(모기지신용보험)·MCG(모기지신용보증) 가입을 중단하는 등 대출 한도 줄이기에 나섰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차제에 가계부채가 확실한 안정세로 돌아설 수 있도록 금융 당국은 일관성 있고 단호하게 대출 규제 정책을 시행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가계 대출 증가세는 서울 등 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집값 상승에 초조해진 40대 실수요자들까지 매수에 가세해 7월 서울 주택 거래가 2년 11개월 만에 1만 건을 돌파했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은 뜨거워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30일 발표한 ‘24년 7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주택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이 1만 2,783건을 기록했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매매거래는 9,518건으로 한 달 전인 6월 6,150건보다 54.8% 늘었다. 아파트 거래는 2021년 9월 9,684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역대급 가계 빚 폭증은 정부의 오락가락 갈팡질팡 정책 탓이 크다.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등의 정책 대출을 확대하고 DSR 규제 시행을 연기하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해 문제를 키웠다. 이로 인한 가계 빚이 급증하자 금융 당국은 부랴부랴 은행권을 압박하면서 대출금리가 급격히 상승해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은행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부가 ‘금리를 올리거라 내리거라’ 일일이 간섭하고 지배하는 이른바 ‘관치금융(官治金融)’이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어서다. 대출금리는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내리는 이상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대출금리에는 ‘관치’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예금금리는 ‘시장 자율’이라고 내버려 두는 금융 당국의 이중잣대가 만들어 낸 웃지 못할 촌극의 빚어낸 결과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의 초저금리 상황에 버금가는 가계 빚 급증은 경제에 큰 암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27일 현 경제 상황을 “전 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가계부채가 더 증가했다가는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높아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국민들 간의 위화감,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앞서 8월 25일 “수도권 집값 상승이 이 이상 용인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며,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선 은행권 대출 관행에 개입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 원장의 발언 이후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단축하거나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를 줄이는 등 여러 가지 대출 억제 조처(措處)를 실행하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으나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적극 개입에 나선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환영한다. 일각에서는 ‘관치금융’ 논란도 있지만, 가계부채가 계속 급증하고 집값이 상승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면 금융 당국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추이를 주도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가계부채가 확실한 안정세로 돌아설 수 있도록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대해 높은 경각심을 갖고 일관성 있고 단호하게 대출 억제 원칙을 견지하고 대출 규제 정책을 시행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특히 3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狂風)을 방불케 하는 가계 빚 급증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될 사안이다. 작금의 역대급 가계 빚 증가는 규제 강화 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려는 시각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한번 불이 붙은 주택 매수세는 쉽게 진정되지 않기 때문일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요자가 선호하는 새 아파트의 공급 확대 등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도 적극적으로 강구(講究)해야만 한다. 그래도 가계부채 불길이 잡히지 않는 경우 ‘플랜 B’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한도 하향’, ‘LTV(담보인정비율) 강화’ 등의 추가 대책도 미리미리 마련함으로써 가계부채를 억제하겠다는 고강도 정책 실천 의지를 분명히 하고 명확하게 천명해야 할 것이다. 격화일로(激化一路)의 가계부채와의 전쟁은 ‘대출 억제’와 ‘공급 확대’란 일관된 기조로 승기를 잡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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