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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종합실태조사는 5년 주기로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18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아동가구 5,753가구(빈곤 가구 1,000가구 포함)를 대상으로 방문 면접조사 방식에 의거 2023년 9월부터 12월까지 실시되었다. 이 조사는 「아동복지법」 제11조에 근거하여 아동의 삶과 성장환경 및 정책환경에 대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2013년에 처음 도입한 이래 이번 조사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실시한 세 번째 조사다. 2021년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2023년 이후 조사부터는 3년마다 실시한다. 이번 조사대상은 ①일반적 특성, ②건강, ③발달 및 교육, ④관계, ⑤양육 및 돌봄, ⑥여가 및 활동, ⑦안전 및 위험행동, ⑧지역사회 환경, ⑨물질적 환경, ⑩주관적 웰빙 등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7.14점으로, 2013년 6.10점, 2018년 6.57점과 비교해 계속 향상됐다. 아동의 체중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전 연령대에서 과체중·비만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3~8세 비만율은 12.3%로 이전 2018년 조사와 비슷했지만, 9~17세 비만율은 14.3%로 5년 전(3.4%)보다 4.2배 증가했다. 아동의 체중과 연관된 지표로 고강도 운동 실천율은 48.1%로 다소 개선되었으나, 수면 시간은 하루 평균 7.93시간으로 20분 줄고,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주 중 앉아있는 시간이 2018년 524분에서 지난해 636분으로 늘어난 것 등이 비만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동의 42.9%는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노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17세 아동·청소년에게 매일 60분 이상 ‘보통 혹은 격렬한 강도의 신체 활동’을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은 100명 중 5명만 실천한다는 국제 통계도 있다. 또한 1주에 3회 이상 ‘근력·뼈 강화 운동을 포함한 격렬한 운동’을 권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를 지키는 아이들이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더불어 미래세대 건강관리 강화를 위한 식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아동의 정신건강은 전반적으로 개선되었으나, 정신건강 고위험군 아동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스트레스가 적거나 없는 아동(9-17세)은 43.2%로 절반이 안 됐다. 지난 조사 대비 오히려 8.7%포인트 증가하였다. 최근 1년 새 2주 이상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한 아동이 4.9%, 자살 생각을 한 아동이 2.0%였다. 아동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숙제·시험(64.3%)과 성적(34%)이었다. 아동 권리 지표 중 하나인 아동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수년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사교육비도 5년 새 대폭 증가했다. 9~17세 아동의 월평균 사교육 비용은 2018년 31만 6,600원에서 지난해 43만 5,500원으로 37.6%나 늘었다. 9~17세 아동이 사교육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과목은 주당 250분의 수학이었다. 아동의 주 양육자는 여전히 어머니(90.4%)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번 아동종합실태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래세대의 몸과 마음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음이 선명해 보인다. 한국의 미래가 병들고 있다는 섬뜩한 생각이 우리를 전율케 한다. 한 명 한 명 그 자체로 소중하고,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미래의 꿈나무이자 차세대 희망 그 자체다. 아동 비만 등을 당사자나 부모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온종일 책상에 붙어 있도록 만든 한국 사회가 비정상일 뿐만 아니라 무한경쟁의 승자독식이 드리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자 입시 위주 교육의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우리 교육 현장의 민낯이다. 아이들의 식사·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학교 체육을 강화하고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을 완화하는 등 미시·거시적 가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 1, 2학년 ‘체육 시간’은 2년간 80시간에 불과하다. 1주일에 한 번꼴인데 이마저도 체육·미술·음악이 ‘즐거운 생활’로 묶여 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는 체육 수업이 학교 시설이나 교사의 역량에 따라 학급마다 질적·양적으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이 건강해야 어른도 건강하고 사회에 희망이 있다. 실질적으로 신체 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전문성을 갖춘 교사 확보와 체육시설 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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