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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실업급여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총 11만 8,781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적발 건수는 2019년 2만 2,002건에서 2020년 2만 4,257건, 2021년 2만 5,751건, 2022년 2만 3,874건, 2023년 2만 2,897건으로 5년간 평균 2만 3,756건으로 매년 2만 4,000건 가까이 꾸준하게 적발됐다. 수급액도 2019년 197억 700만 원에서 2023년 299억 2,400만 원으로 4년 새 51.84%나 급증했다. 또한 동일 사업장에서 5년간 2회 이상 구직급여를 수급한 인원도 5만 명대를 훌쩍 넘어 작년 6만 6,000명을 처음 돌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5년간 해당 수급자에 지급된 구직급여액은 1조 3,426억 원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수급자는 계속 상승세이다. 지난해만 해도 110명이 5,552억 원을 부정으로 수급해 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짜고 공모하거나 협작을 해 실업급여를 부정하게 챙긴 ‘공모형 부정수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형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2019년 0건, 2020년 3건(수급액 500만 원)에 불과했는데 2021년 147건(7억 1,200만 원)으로 늘더니 2022년 414건(24억 9,500만 원), 2023년 611건(42억 9,900만 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공모형 부정수급’은 대개 사업주 주도로 이뤄진다. 직원 임금을 제때 주지 않고 체불(滯拂)하다 허위로 퇴직 처리해주고 실업급여로 갈음하거나 수급 자격이 안 되는 사람에 대해 서류를 조작해 실업급여를 타게끔 도와줘 이를 나눠 갖기도 한다.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빈번한 부정수급은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해 오고 있는 1,500만 명 가입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정부는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부정수급 시도를 차단할 수 있도록 서둘러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한편 직장인 여섯 명 중 한 명은 최근 1년간 실직 경험이 있었지만,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이들의 절반 이상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반복 수급이나 부정수급을 받는 파렴치한 범죄자들에 대한 분노와 적개감(敵愾感)은 더한다. 지난 9월 18일 ‘직장갑질119’가 지난 8월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실직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16.4%가 “있다”라고 응답했다.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뒀다는 11.0%를 뺀 139명에게 실업급여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라고 응답한 이는 47.5%에 그쳤다. 고용보험법은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날 이전 18개월 동안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을 180일 이상 유지한 경우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업급여를 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에게 사유를 물었더니, ‘수급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라는 이들이 30.1%로 가장 많았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실직한 후 안정적으로 재취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하지 않고, 부득이하게 실직하게 되었을 경우 발생하는 재정적 고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보험법」 제4장 실업급여에 근거를 두고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에서 법에서 정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실직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실업으로 인한 생계 불안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주는 제도로, 크게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으로 구분된다. 실업급여는 적극적인 재취업 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급한다. 실업급여의 지급을 통해 근로자는 일자리를 찾는 동안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와 경제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실업급여는 개인 및 국가 경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편 실업급여 혜택을 확대하자 재취업 의지가 떨어지면서 외려 실업 기간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재정학회가 지난 8월 1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용역 의뢰로 작성한 ‘실업급여 제도의 고용 성과에 관한 효과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 제도 개편 이후 실업 기간과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각각 32.64일, 26.99일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하한액은 올해 월 189만 원으로 세금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 기준으로 최저임금보다 많다. 이런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할 뿐이다. OECD가 “한국은 최저임금 일자리로 재취업할 경우 오히려 세후소득이 줄어 근로 의욕을 저해한다”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정부는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를 막기 위해 5년간 6회 이상 받으면 최대 50%까지 감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모럴해저드(Moral hazard)’를 방지하면서도 청년·취약계층 등 노동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실업급여 개편안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실업급여는 직장을 잃은 근로자가 재취업을 하기까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경제적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만, 이런 악질적 부정수급자들로 인해 재정건전성은 날로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다.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은 2019년 1조 3,731억 원의 대규모 적자에 이어 2020년 2,485억 원, 2022년 5,55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정부가 내년부터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월 15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100만 원 올리기로 해 고용보험기금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는 엄중한 부정수급 단속과 추상같은 처벌을 강화하는 게 첩경이다. 「고용보험법」 제116조(벌칙) 제1항의 규정에 의거 사업주와 공모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자와 부정수급을 공모한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효과는 무뎌진다. 차제[에 미비점을 보완하고 그동안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된 보험료율 차등화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직원 수 대비 실업급여 수급이 잦은 사업장에 대해 누진 보험료율을 가산한다면 형평성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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