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기재부·국토부·금감원 잇단 엇박자 행보, 대출 혼란·소비자 골탕만 가중

편집국 / 기사승인 : 2024-09-13 17: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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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은행 등 금융사들의 주택담보대출을 놓고 정부 정책·금융 당국의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일관성 없는 냉·온탕을 왔다 갔다 갈지자 정책 행보와 갈팡질팡 대출 규제로 금융권과 실수요자들 사이에 큰 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에 대한 ‘오락가락’ 잇단 돌출 발언으로 대출 시장의 대혼란을 키웠다는 진원지로 비판을 받아 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월 10일 “당국이 가계부채를 관리해 왔는데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부분에 있어서 국민과 은행, 은행창구 직원분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가계 대출 정책에 대해 엇박자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부처 내 이견은 없다”라며 몸을 낮췄다.

결국 금융감독원장이 머리를 숙이고 뒤늦은 사과를 했고, 지난 9월 10일 18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가계대출 급증세와 관련해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나서달라고 공개 발언을 했다지만 그렇다고 향후 통일되고 실효적인 정책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 특히 ‘자율’을 앞세워 금융 당국이 가계 대출과 대출 실수요자 보호책임을 모두 은행권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정책 컨트롤타워는 아예 없어만 보이고, 무능하고 오락가락하는 관치로 인한 시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어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기관 대출 규제는 자율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금융 당국이 총량규제를 목표로 해서 톱다운방식의 규제가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그런 규제를 안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웚 25일 금융감독원장이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의 은행 가계 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한 데 대해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한편 정부가 제공하는 저리의 주택 정책자금 대출이 가계 대출 급증과 수도권 집값 급등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저금리 정책 대출은 디딤돌대출, 버팀목대출, 신생아특례대출 등이 있다. 시세 5억~9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1~3%대 낮은 금리가 적용돼 조건이 매우 좋다. 이런 정책 대출은 올해 1~7월 25조 원 넘게 풀렸다. 같은 기간 전체 주택담보대출 32조 원의 80%에 육박한다. 정책 대출이 집값 급등의 주요 요인이었음을 방증(傍證)한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가계 대출과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9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지난 9월 4일 집계 기준으로 30만 1,395건, 거래액은 139조 3,445억 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8개월 만에 거래량은 지난해 연간 거래량 37만 9,934건의 79%에 달하고, 거래액은 작년 연간 거래총액 151조 7,508억 원의 92%에 이른다.

그런데 주택정책 주무장관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며 크게 손볼 뜻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장관은 “정책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현재 인기 지역의 주택 가격대를 보면 정책 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청년층에 집 살 수 있는 돈을 빌려주겠다고 한 약속, 아기를 낳으면 집을 살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약속은 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라며, 정책 대출 상품의 대상과 한도 축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정책 대출 금리와 시중금리의 격차를 조정하는 정도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청년층에 집 살 수 있는 돈을 빌려주고, 아기를 낳으면 집을 살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박 장관은 정책 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고 항변했는데 현 아파트매매 시장 구조를 애써 간과한 듯한 발언이다. 예컨대 무주택자가 정책 대출로 9억 원 이하 주택을 매입하면 이 주택을 매도한 사람은 들어온 자금을 이용해 인기 지역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청년·인구정책과 가계부채·부동산정책 간 우선순위를 놓고 충돌하는 양상이 분명해 보인다. 두 가지 모두 한국이 떠안은 현안으로 어느 정 책하나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가치이자 목표임엔 틀림이 없다. 지금처럼 가계 대출 고삐가 풀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집값 급등 양상이 지속되면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문제는 정책 대출 금리 조정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매우 큰데, 이 경우 시중금리 하락 압력도 높아진다. 시중금리가 낮아지면 정책 대출의 금리를 올릴 여지도 그만큼 줄어든다. 정책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속도 조절에 나서야만 한다. 미래세대를 바라보는 정책도 추진하고 내수도 살리며 집값도 안정되고 경기가 살아나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숨통이 트이면 참 좋은 일이겠지만, 미적대다가 집값 불안을 초래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를 방조(傍助)하거나 방기(放棄)해선 결단코 안 된다.

당국의 눈치만 살피며 손쉬운 주택 관련 이자 장사에 치중하는 은행들이 자율 능력을 갖췄는지는 일단 차지해 두더라도, 당국자마다 추진 방향이 빗나가고 언급하는 말이 다르니 도무지 방향을 잡을 수 없다. 최 부총리 발언이 전해진 지난 9월 10일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 간담회에서 “가계 대출 증가세 통제는 정책 운용 과정에서 우선순위 목표이다. 필요하다면 어떤 형태의 정책 수단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라고 밝혔다. 가계 대출이 계속 늘면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는 포석인데, 이 발언을 접한 은행들이 자율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은행들로서는 이미 이러한 좌충우돌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흔들어놓은 시장 질서를 목도(目睹)한 기시감(旣視感)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2일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를 악화시킨다”라고 하자 은행들은 금리를 올렸고, 8월 25일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라고 하자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그 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월 4일 “관리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부담을 줘선 안 돼”라고 또 신호를 바꿨고 은행은 갈팡질팡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정책 방향마저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기재부·국토부·금감원의 바라보는 시각과 입장 그리고 언급이 각각 엇박자 행보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는 것이다. 정책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연속성 그리고 예측 가능성이다. 금융 당국의 역할는 일관성 있는 정책을 통해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9월 6일 “가계 대출이 늘어나는데 정책자금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하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월 9일 “정책 대출을 집값 상승세의 핵심 원인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했다. 지금 한국의 가계 빚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 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은 서로 영향을 주며 악순환하고 있다. “가계 빚 관리 기조는 확고하다”라는 정부 의지를 관철해 나갈 컨트롤타워 부활이 급선무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주택시장 안정에 둬야 한다. 다른 것 다 성공해도 부동산에서 실패하면 ‘꽝’이라고 했던 지난 과거의 처절한 실패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현 정부도 집값 못 잡고 우왕좌왕 갈팡질팡 좌고우면하다 실기하고 부동산정책마저 실패하면 더 큰 ‘꽝’이 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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