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한국 증시 밸류-업을 위해선 좀비기업 걸러내고 우량 기업으로 채워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2-13 17: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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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금융당국이 국내 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인 일명 ‘좀비기업’의 퇴출을 위해 상장폐지(Delisting) 요건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당국은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통해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시장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지원할 방침이다. 지난 2월 1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집중 관리 기간 운영,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 ▷절차 효율화 등 4대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부실기업이 연명하는 경우 전반적인 시장 신뢰를 저해하고 불공정거래에 악용되어 심각한 투자자 피해를 야기(惹起)할 수 있으므로 이를 신속히 개선하기 위함이다.

주요 핵심 골자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집중관리단(단장 : 코스닥본부 담당 부이사장)을 구성하고 2026년 2월부터 2027년 6월까지 집중 관리기간을 운영한다. 집중관리단은 기존 코스닥본부 상장폐지 심사 3개 팀에, 지난 코스닥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2025년 12월)의 후속 조치로 금주(2026년 2월 9일) 추가 신설된 1개 팀을 더해 총 4개 팀 20명으로 구성하고 필요시 신속히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 개정을 통해, 올해 1월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이 4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한 차례 강화되었고, 2027년 1월 1일 200억 원, 2028년 1월 1일 300억 원으로 추가 상향조정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방안에서는 동 상향조정 주기를 매 반기로 조기화한다. 이에 따라 2026년 7월 1일 200억 원으로, 2027년 1월 1일 300억 원으로 시가총액 요건이 강화된다. 아울러 일시적 주가 띄우기를 통해 상장폐지를 회피할 수 없도록 세부 적용 기준과 시장감시를 강화한다. 현재는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 하회 시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 및 누적 30거래일 시가총액 기준을 상회하면 상장 폐지되지 않으나,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45거래일 시총 기준을 상회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 폐지된다.

현재는 사업연도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인 경우만 상장폐지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반기 기준 완전 자본잠식인 경우도 요건으로 확대한다. 다만, 사업연도 말 기준은 해당 시 즉시 상장 폐지되지만, 반기 기준은 기업의 계속성 등에 대한 실질 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를 결정한다. 무엇보다 공시 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도 기존 ‘최근 1년간 공시 벌점 15점 누적’을 ‘최근 1년간 공시 벌점 10점 누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중대하고 고의적 공시 위반은 한 번이라도 위반하면 상장폐지 대상 범위에 포함된다. 상장폐지 심사 시 절차도 보다도 효율화한다. 작년 제도개선을 통해 코스닥 실질 심사 시 기업에 부여 가능한 최대 개선기간을 2년에서 1년 6개월로 축소했다. 이에 더해 올해는 그 기간을 1년으로 추가 축소한다. 또한,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법원 등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가처분 소송 시 인용(거래소 패소)되는 경우는 적으나, 사건 증가 시 소송 기간이 길어지고 최종 퇴출이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반영하면 현시점에서 올해 중 코스닥(KOSDAQ)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는 당초에 예상됐던 50개 사(社)보다 100여 개 늘어난 약 150개 사 내외(100~220개 사)로 최대 220개 부실기업을 퇴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 20개, 2025년 38개와 비교하면 가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퇴출 기업 주주들의 손실은 불가피하지만, 한국 증시 ‘밸류-업(Value-up │ 기업가치 제고)’을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적 과정이다. 코스닥시장의 해묵은 고질병은 ‘다산소사(多産少死)’ 구조다. 지난 20년 동안 코스닥시장에 1,353개 기업이 새로 상장했지만 퇴출은 415개에 불과한 탓에 문제 기업이 적체돼 있다고 보고 부실기업 정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에 시가총액은 8.6배 늘었으나 지수는 겨우 1.6배 상승했을 뿐이다. 부실기업들이 시장에 쌓이면서 전체 평가를 끌어내린 셈이다.

하지만 미국 증시는 정반대 상황이다. 매년 1,000개 이상의 기업이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의 구조다. 나스닥(NASDAQ)만 따져도 2023년 신규 상장(154개)의 5.16배에 이르는 796개 종목이 상장폐지 됐다. 나스닥에서는 주가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이의신청 기간을 포함해도 최대 540일 안에 퇴출이 완료된다. 반면 코스닥은 소송과 재심사로 퇴출에 3~4년이 걸리기도 한다. 부실기업의 문제는 단순히 지수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혁신기업으로 가야 할 자본과 인력을 좀비기업이 쓰게 된다. 그 결과는 당연히 시장 전체의 자원 배분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좀비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우량 기업의 고용과 투자마저 위축된다고 한다. 부실기업을 방치하면 산업 전체가 함께 가라앉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금융위원회는 코스닥도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 전환하겠다며 향후 상장폐지는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했다. 시가총액 기준을 1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상향하고,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도 퇴출 요건에 추가했다. 이런 동전주는 주가가 수백 원에 그쳐 변동성이 크고 시가총액이 작아 주가조작의 대상이 되기 쉽다. 투자자 반발을 우려해 부실기업을 온존(溫存)시키는 구각(舊殼)과 관행(慣行)으로부터 과감히 결별해야만 한다. 진정한 밸류-업은 주주환원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좀비기업을 걸러내고, 그 빈자리를 미래 기술을 가진 우량 기업으로 채우는 선순환 구조가 절실하다. 엄격한 퇴출 기준은 “주식 시장의 상장사는 최소한의 건전성이 보증된다.”라는 신호가 된다.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에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엄격한 잣대의 하나인 감사보고서를 통해 증권시장에서 상장 유지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 상장폐지를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는 사업(반기)보고서 미제출, 감사 의견 부적정, 영업정지, 부도 발생, 자본잠식 등이 상장폐지 사유다.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 되면 해당 기업은 15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최대 15영업일이 추가로 주어진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거래재개 되며, 대상에 해당되면 심사가 진행된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최근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비적정인 부적정, 의견거절, 범위제한 한정인 경우에도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기에 투자자들에게는 보다 심각한 경고메세지가 된다. 이와 같이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되면 해당기업은 15영업일 이내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 해결을 위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특히 관리종목 지정 후 거래일 기준 45일 연속 시가총액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즉시 퇴출을 시키고,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 위반 사실이 한 번이라도 적발되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최대 220개 기업 퇴출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무늬만 상장사’를 일거에 털어내고 자본시장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전환점이 돼야만 한다.

이번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은 코스닥의 시장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9일 SNS를 통해 증시를 ‘백화점’에 비유하며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라고 지적한 직후 대책이 나온 것이다. 이른바 ‘오천피, 천스닥’ 기조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수 부양보다 증시 자체의 신뢰를 높이는 일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 코스닥은 벤처의 산실을 목표로 1996년 출범을 하긴 했지만, 현재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상장기업 수는 1,800개로 코스피(KOSPI)의 2배에 달하지만, 시가총액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운동장을 뛰는 선수의 수만 늘어났을 뿐 선수들의 체력은 부족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형국이다. 결국 한국 증시의 밸류-업을 위해선 좀비기업을 걸러내고 그 자리에 우량 기업으로 채워야만 한다.

무엇보다 감사 의견이 거절될 정도로 부실한 기업이 늘어나면서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정보공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도 적지 않다. 이는 코스닥의 고질적 약점으로 기업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 체력)’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합리적 가치 평가 대신 단기 재료에 따라 위험이 따르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마저 제값을 인정받지 못한 채 시장 전체가 만성적인 저평가에 머무르는 악순환이 반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코스닥의 모델 격인 미국 나스닥은 1996년 이후 지수가 약 18배나 급등했다. ‘엔비디아(NVIDIA)’, ‘애플(Apple)’, 테슬라((TESLA) 등 굴지의 혁신기업에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그 영향으로 기업가치가 오르고 투자가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있다. 단기 매매에 주가가 등락을 거듭거듭 반복하는 코스닥시장과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코스닥이 ‘한국판 나스닥’으로 도약하고 비상하려면 부실기업 퇴출만으로는 매우 부족해 보인다. 진입과 퇴출이 원활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동시에 ▷공시 투명성 강화, ▷회계·지배구조 개선, ▷기술기업에 대한 장기자금 유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대수술이 급선무(急先務)다. 투자자가 믿고 참여할 수 있는 신뢰가 차곡차곡 쌓일 때만이 비로소 혁신과 성장의 선순환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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