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내년 예산 730兆 확대 재정, 국채마저 외국인에게 휘둘리는 건 경계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8-29 16: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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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정부는 이번 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확정, 국회에 보낼 계획인 가운데 내년 예산이 올해 본예산(673조 3.000억 원) 대비 56조 7,000억 원(8%↑) 안팎이나 늘어난 730조 원대가 될 것으로 윤곽이 드러났다. 전년 대비 2∼5% 증가에 그쳤던 윤석열 정부의 긴축 예산과 대비된다. 2022년 49조 7,000억 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폭 증액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35조 3,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9.3% 늘리겠다.”라며 확장 재정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장기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급변침(急變針 │ 급한 항로 변경)이라지만, 막대한 적자국채 발행도 불가피해졌다.

무엇보다 작금의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보면 고착화 수준까지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를 타개하고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긴 분명하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5조 7,000억 원(19.3%) 증가한 35조 3,000억 원으로 잡은 것도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8%대 예산 증가율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을 하려면 기존 지출 항목을 줄이고 선심성 예산도 줄여야 하는 데 그런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경기 회복과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지역 균형 발전 보조금을 올해 3조 8,000억 원에서 내년 10조 원으로 6조 2,000억 원이나 대폭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에 퍼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증가 폭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확장 재정으로 경기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국가 재정 운용 방향과 관련해“지금 씨를 한 됫박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다 씨를 뿌려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0%대를 헤매는 상황에서 재정을 과도하게 동원하는 것은 곤란하다. 재정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2023년 56조 4,000억 원에 이어 2024년에도 30조 8,000억 원이 예산보다 덜 걷히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2년째 이어지며 지난 2년간 무려 8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도 내수 부진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크게는 40조 원의 세수 공백이 예상되는 등 나라 곳간의 사정이 여의롭진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의 악재로 세수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여건임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하고, 이것이 고스란히 나랏빚으로 쌓이는 악순환의 반복이 불가피하다.

지난 7월 15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랑스의 ‘프랑수아 바이루(Francois Bayrou)’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도 예산안의 주요 방향을 발표하며 긴축 정책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권고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달성하려면 국방 예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다른 부문에서 총 438억 유로(약 70조 원)를 절감해야 한다.”라며 “국방비를 제외한 모든 예산 항목은 동결하거나 삭감해야 한다.”라고 했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높은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로 골머리를 앓아왔고, 유럽연합(EU)으로부터도 재정 균형을 맞추라는 압박을 꾸준히 받아왔다. 그는 “이제는 실질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공휴일 2일을 폐지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세수도 증대하겠다는 획기적인 방안을 제안했는데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우리 정부는 30조 원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사용했다. 경기 상황을 고려해 확장이 필요하다고 해도 늘리는 예산만큼의 긴축도 중요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들의 국채 보유 비중 급증에 따른 역풍이다. 지난 8월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국인 국채 보유 비중은 23.9%(보유 잔액 271조 1,000억 원)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올 1~7월까지 외국인 국채 순투자 금액만 32조 2,000억 원에 달해 직전 3년 평균 순 투자 금액(24조 8,000억 원)을 30%가량 웃돈다. 미국(33.2%)보다는 낮은 비중이지만 일본(14.5%)보다는 훨씬 높다. 여기에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 World Government Bond Index)에 편입을 앞두고 외국인들의 한국 국채 추가 매입 규모가 9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WGBI는 26개 선진국을 중심으로 추종 자금만 2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채권지수에 이른다.

WGBI에 편입되면 자금 조달 비용이 내려가고 시장 안정성을 높이며 외화 유동성도 개선된다. 멕시코도 2010년대 초 WGBI에 편입된 이후 국채 금리가 내리는 긍정적 효과를 누렸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수개월 동안 20bp(0.2%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외국인 보유 비중이 25%에서 35%로 빠르게 확대됐다. 말레이시아 역시 편입 직후 외국인 자금이 100억 달러 이상 유입되며 링깃화(Ringgit │ MYR) 강세와 국채 금리 하락을 동시에 경험했다. 이들 사례는 지수 편입이 자국 자본시장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중국은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2021년 WGBI에 편입됐지만 경기 둔화, 미·중 금리 역전, 지정학적 긴장이 겹치며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편입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금리 역전 등의 영향으로 2022년 한 해 약 910억 달러(약 126조 원) 순유출을 기록했다는 집계가 있다. 이는 지수 편입이 무조건적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경기 여건과 정책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외국인의 국채 보유 비중만큼 변동성도 커진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35%로 치솟은 멕시코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자본이 유출되는 ‘테킬라 위기’를 겪고 있다. 영국도 2022년 외국인들의 국채 투매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자 감세 정책을 포기했고, 미국은 지난 4월 국채 불안으로 관세 적용을 90일간 유예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올해 국채 이자 부담이 30조 원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돌파한다. 국채마저 외국인에게 휘둘리는 것은 당연히 경계해야만 한다.

이렇듯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편성하는 2026년도 예산안에서 총지출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액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국회 통과 기준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2023년 5.1%, 2024년 2.8%, 2025년 2.5%로 그야말로 ‘짠물 예산’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 예산은 12·3 내란을 계기로 국회에서 정부 예산안 감액만 이뤄져 애초 정부가 편성한 총지출 증가율(3.2%)보다도 낮았다. 문제는 건설업 등 내수 상황이 악화하면서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할 때를 이미 놓쳐버렸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로 ‘역성장 쇼크’를 받았고, 대선 이후 지난 7월 1일에 이르러서야 여야 간 합의로 13조 2,000억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9%, 내년 역시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구조적인 저성장을 타개할 인공지능과 연구개발(R&D) 등 성장 분야와 함께 지역 균형발전 사업, 국방비 증액 등 주요 정책 분야 전반에 걸쳐 재정 지출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입 기반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적자국채’ 발행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 재정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재정을 고려하면 정부가 예산안 발표 때 향후 의무 지출 구조조정 방안 등의 로드맵도 함께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재정확장 투입으로 성장 기반을 확충해 세수를 늘린다는 선순환 구상이 빗나갈 경우, 재정 악화라는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는 저출산·고령화, 내수 부진,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0.9%에 그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재정 씨앗론’을 강조하며 확장 재정을 통해 성장 능력을 키우고 세입 확충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세입이 총지출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5년 국세 수입을 400조 4,000억 원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추계에선 390조 원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90조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1조 5,000억 원 늘었지만, 이는 지난해 ‘세수 펑크’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내년도 세입은 730조 원 규모의 총지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세입 부족분은 국채 발행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채 이자 부담은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국고채 이자 비용은 2020년 16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26조 8,000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3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19 시기 대거 발행한 국채들의 만기도 본격 도래하면서 상환 압박은 더 커진다. 여기에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경우 국채 금리 상승까지 겹칠 수 있다. 지난 8월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두 차례 추경으로 연말 국가채무는 1,301조 9,00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올해 두 차례 추경 등으로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9.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에는 50%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에는 본예산 기준 47.4%, 올해는 본 예산 기준으로는 48.1%이었다. 경기 대응 차원의 확장 재정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선순환 구조가 실현될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확장 재정 후에는 반드시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과 세입 확충이 뒤따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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