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폭우에 젖고 폭염에 데인 ‘기후플레이션’ 심화, ‘먹거리 물가’ 비상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8-14 16: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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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는 극한 폭우(暴雨)와 역대급 폭염(暴炎)으로 밥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날씨 변동에 따라 농수산물 수급에 차질이 반복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법적·제도적 정비와 함께 정부 차원의 통합적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폭염과 폭우가 반복적인 지속 영향으로 과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불안해진 가운데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은 올해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를 이어가고 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은 1년 전에 비교해 20.7%, 인기 식자재인 한우도 4.9% 올라 서민들의 먹거리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통계청이 지난 8월 5일 발표한 ‘2025년 7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2로 1년 전보다 2.1% 올랐다. 물가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13.47로 1년 전과 비교해 2.0%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도 119.22로 2.5% 상승했다. 올해 들어 물가 상승률은 5월(1.9%)을 제외하고 2%대를 유지하고 있다. 8월에도 폭염에 이은 집중호우로 물가가 많이 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져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특히 7월 물가 상승은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생산량 변동이 큰 채소와 과일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름철에 시원한 채소와 과일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폭염으로 일부 과채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 폭염 +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셈이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품목별로는 수박이 20.7%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마늘(18.7%), 시금치(13.6%), 고등어(12.6%)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지급하는 ‘소비 쿠폰’ 결제가 많을 것이라 예상되는 한우도 4.9% 올랐다. 한반도 주변의 고수온 현상으로 어종 변화와 생육 부진이 겹쳐 수산물이 덜 잡힌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해온 가공식품 물가는 4%대 상승률이 이어졌지만, 할인 행사 등 영향으로 상승 폭이 다소 둔화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축산물 가격은 전년도에 비교해 3.5% 올랐다. 국산 소고기 가격은 전년보다 4.9%, 돼지고기 가격도 2.6% 올랐다. 밥상 물가뿐만 아니라 외식 물가도 1년 전보다 3.2% 상승했다.

물가 상승은 고착화하는 내수 부진으로 가뜩이나 움츠러든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그 타격은 저소득층 가계일수록 더 크게 받고, 골목 시장과 자영업자에게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손님이 줄어 힘든 데다, 음식값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보니 수익 감소 부담까지 떠안아야만 하는 최악의 실정이다. 기후위기가 일으킨 폭염과 폭우가 실물경제를 뒤흔드는 상시적 위협이 됐다는 걸 실감케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상처럼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이 돼 버린 지금 당국은 팍팍해진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실효적으로 덜어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문제는 이상기후가 농축산물 생산을 교란하고 물가를 밀어 올리는 ‘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 │ 기후 + 인플레이션)’이 해마다 일어나고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피해에 자연재해까지 불러오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국가적인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다. 그러함에도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기후 재정 인식은 안이하다는 평가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기후위기 대응 예산은 12조 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대응을 위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는데, 2023년 GDP(2,401조 원)의 0.5% 수준으로, IEA가 권고하는 5%(약 120조 원)의 10분의 1에 불과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여름철 극심한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관련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기후위기 취약계층·지역 지원사업 예산은 3년째 제자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을 늘려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퇴보·답보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지난 8월 5일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47억 5,000만 원 수준이었던 기후위기 취약계층·취약지역 지원 사업 예산은 2023년 95억 원으로 증액된 뒤 현재까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신청 금액이 예산 규모를 웃돌면서 올해 각 지자체가 신청한 금액의 절반 수준인 52%만 실제 지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폭염 피해가 매년 커지고, 기후위기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는 만큼 예산을 늘려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매년 연평균 0.3%포인트씩 낮아져 2100년에는 현재 GDP의 20% 이상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경고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4일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기상청이 공개한 ‘기후변화 리스크(위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세계가 별도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 2100년 GDP는 기준 시나리오(국내 인구성장 추세 바탕 추정 성장 경로)보다 21%나 감소하며, 매년 0.3%포인트씩 성장률이 떨어지는 구조적 저성장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극한 기후가 일상이 된 만큼 정부가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 기후정책 기조를 ‘확장’으로 전환해 경기를 떠받치고 기후 약자들을 품고 보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언제까지 날씨 탓만 하고 있을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차제에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위기를 상수로 놓고, 재정의 틀을 다시 짜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한편 제1차 산업인 농업과 수산업은 가뭄·폭우 등 이상기후에 매우 취약하다. 매년 발생하는 자연재해 강도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 농·어업인들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해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결국 농수산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식량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우려가 크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가칭 「식량안보 기본법」제정을 서둘러야만 한다. 일본과 중국은 이미 유사 취지의 법안으로 「식량안보법」을 제정했다. 정부와 국회는 「대한민국헌법」 제123조 제4항 “국가는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의 개선에 노력하여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한다.”라고 명시한 헌법 취지를 되새겨, 식량안보와 기후위기를 대처할 관련 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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