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제조업체 82.3% ‘레드오션’ 직면, 기업 활력 높여 신산업 육성시켜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8-14 16: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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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한국의 제조업체 10곳 중 8곳은 자사 기존 주력 제품이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는 ‘레드오션(Red Ocean │ 경쟁자가 많아 포화 상태가 된 시장)’에 직면했고 절반 이상은 신사업 진출을 포기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레드오션’이란 한정된 수요를 놓고 기업들이 치열한 출혈 경쟁을 벌여 수익성, 성장성이 떨어지는 시장을 일컫는다. 이런 시장에 있는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새 시장을 개척하지 못한다면 결국 고사(枯死)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8월 4일 발표한 전국 제조업체 2,186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신사업 추진현황 및 애로 사항’ 제하의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4.5%는 현재 자사의 주력 제품이 시장 포화 상태인 ‘성숙기’라고 답했고, 시장 감소 상황인 ‘쇠퇴기’라고 답한 기업도 27.8%에 달했다. 수요가 증가하는 ‘성장기’란 응답은 16.1%에 그쳤고, 시장 형성 초기인 ‘도입기’라고 답한 기업은 1.6%에 그쳤다. 10곳 중 8곳이 현재 주력 제품 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다고 본 것이다.

이번 설문 조사에 따르면 무려 82.3%는 주력 제품 시장이 포화 상태인 ‘성숙기’이거나,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쇠퇴기’에 들어섰다고 답했고, 시장이 ‘성장기’ 또는 ‘도입기’에 있다는 응답은 17.7%에 그쳤다. 노후화한 제조업 부문을 대체할 한국 경제의 신산업 창출 능력에 심각하게 탈이 났다는 의미다. 게다가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42.4%에 그친데 반면, ‘현재 진행 중인 신사업이 없다’라는 응답은 57.6%에 달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사업 구조가 노후화하는데도 경영상황 악화 등에 짓눌려 신사업을 추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비등(沸騰)하고 있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년 기준 집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전체 산업 가운데 제2차 산업인 제조업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2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OECD 회원국 평균(15.8%)의 두 배에 가깝다. 무엇보다 400만 명 넘는 일자리를 제공하며 국내 고용시장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경제가 고도화된 선진국일수록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데, 우리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내는 산업 비중이 높은 비(非)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중화학공업을 필두로 한 제조업이 우리 경제를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은 맞지만 거대한 설비와 많은 인력이 필요로 한다. 중국과 같은 인적·물적 자원을 겸비한 신흥 제조업 국가의 추격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출을 주도하던 철강·석유화학·정유는 이미 심각한 ‘레드오션’ 업종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술 하나로 세계 시장을 누비던 수많은 중소 철강기업들이 문을 닫고 지역경제를 지탱하던 철강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조강생산량 세계 6위, 철강재 수출 규모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글로벌 철강 강국으로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약 4.8%, 수출의 4.5%를 차지하며 43만 명 이상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포항·광양·순천·당진·군산·인천 등의 지역경제와 고용을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철강 수요는 올해 17억 4,000만 톤(t)으로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데, 남아도는 생산능력은 세계적으로 6억 톤(t)이 넘는다. 중국 철강의 덤핑 피해가 큰 데다 대미(對美) 수출에 50% 고율 관세까지 붙어 한국 철강업체들은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도 중국과 중동 산유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중국 등 외국의 공격적 투자에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특성상 미국의 관세정책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이중 고통을 주고 있다. 아직 까지는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자동차 업종조차도 저렴한 가격에 높은 품질까지 갖춘 중국 자동차의 등장은 큰 위협이다. 특단의 구조조정 단행이 없으면 절반이 3년 안에 도산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터져 나온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년 동안 신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다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핵심 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낡고 진부한 규제, 경직적 노사관계, 반기업 정서의 만연으로 인해 기업 활력이 떨어진 탓이 크다. 반면 주요 경쟁국들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급, 법인세 경감 등 기업 지원책을 퍼부어대고 있다. 경쟁국들은 민·관·정이 하나로 원팀으로 총력전을 펼치는데 우리나라는 기업만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등 신산업의 경쟁력이 뒤처진 데 이어 10년 후면 제조업 대부분이 거의 다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터져 나오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제조업 위기는 청년 일자리 붕괴로 이어지며 한국 경제의 미래를 더 암울하고 어둡게 한다. 통계청이 지난 7월 24일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가 참으로 충격적이다. 제조업 장기 부진이 고용 한파로 이어지며 15~29세 청년취업자는 1년 전 383만 2,000명보다 15만 명 줄어든 368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1년 전 46.9%보다 0.7%포인트 떨어진 46.2%로 4년 연속 내림세다. 취업자와 구직활동을 하는 인구를 포함한 경제활동 참가율도 1년 전 50.3%보다 0.8%포인트 떨어진 49.5%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7월 16일 발표한 ‘2025년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쉬었음’ 인구는 243만 4,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237만 4,000명보다 6만 명(2.5%↑)이나 늘었다. 통계자료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올 6월 말 2030 청년(20세∽39세) 중 ‘쉬었음’ 인구는 69만 1,000명으로 전년 동기 68만 명보다 2만 1,000명이나 늘어나며 70만 명에 육박했다. 이 중 절반에 육박하는 30여만 명이 1년 이상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 이는 고착화한 ▷제조업 경쟁력 상실 → ▷신사업 부진 → ▷양질의 일자리 실종 → ▷미래세대 실업 증가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빚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 주도 성장’과 ‘유연한 실용 정부’를 표방하며 불필요한 규제를 대거 철폐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일변도의 일그러진 정책 탓에 이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친(親)기업 정책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아 보이고 법인세 인상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입법들만 속도를 내고 있어 보이는 착시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난국을 타개하려면 기업들이 혁신기술을 앞세워 경쟁이 적고, 부가가치가 높은 ‘블루오션(Blue Ocean │ 경쟁이 덜한 시장)’ 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 현재의 주력 제품을 대체할 신사업에 착수했거나 검토 중이란 응답은 42.4%뿐이었다. 절반 이상의 기업은 열악한 자금 사정, 신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공격적 경영을 주저하고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무너진 미국의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며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까지 펼쳐 자국 기업을 위한 높은 담을 쌓고 있다.

우리 정부도 말로만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외쳐대지 말고 구조 개혁, 인재 양성 등을 통해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성장 동력 점화를 위한 일관된 정책들을 내놓아야만 할 것이다. 기업들의 신산업 진출, 사업 전환 지원을 서두르고, 필요한 경우 위험과 고통도 나눠서 져야 한다. 초기에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신기술·신사업 지원 방식은 파격적인 세제 지원도 좋지만, 보조금을 직접 제공하는 쪽으로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 특히 노사 갈등, 경영진과 주주의 충돌을 부를 수 있는 제도 변화는 구조 전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전통 제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 마련과 구조조정도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 민간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도록 밀어줘야 저성장 고착화 위기에서 벗어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 수 있다. 산업구조도 제3차산업인 서비스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동시에 같은 제조업이라도 첨단산업 위주로 개편하는 한편 ‘블루오션’이라고 할 미래의 신수종 산업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정보기술(IT),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고부가가치 반도체,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산업에 정부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기존 핵심 제조업체들은 살리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 전략’이 긴요하다. 특히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를 더 진척시켜야 하며 AI를 접목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이런 부분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과 뒷받침이 절실하다. 특히 반복적 업무의 자동화 시스템인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 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서둘러 도입해야만 한다. 경제라는 마차를 끌고 가는 말은 바로 기업임을 인식·통찰하고 다양·다각·다층적 ‘광폭 스펙트럼(Spectrum) 정책’을 통해 아낌없이 지원을 실행해야만 할 것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를 이끄는 송승헌 대표는 지난 8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이 ‘뼈를 깎는 변화’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작금의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현실을 “지난 10여 년간 맥킨지는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안의 개구리’에 비유했다. 이제 그 냄비에 100도가 넘는 끓는 물(미국의 관세 폭탄)이 확 끼얹어졌다.”라고 평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약진으로 코너에 몰린 한국 경제에 미국의 ‘관세 폭탄’이란 초대형 악재가 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노동 관련 법, 상속·증여세법, 주 52시간 근무제, 상법 개정안 등 ‘큰 바위(Big Rock) 규제’를 풀어 약해진 ‘기업가정신’을 되살려야 한국 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라고 송승헌 대표는 진단했다. 허투루 듣고 가볍게 넘길 말이 아니다. 찬찬히 반추(反芻)하며 깊이 생각하고 새겨보고 고민해 볼 일이다. 과감한 산업구조 개편과 신성장동력 발굴 없이는 경쟁에서 결코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각별 유념하고 기업 활력을 높여 신산업을 적극 육성시켜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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