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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일단 법인세 과세표준 4개 전 구간에 대해 세율을 1%포인트씩 인상해, 현행 24%인 법인세 최고세율은 2022년 수준 25%로 원상 복귀시키기로 했다. 주식 거래에서 얻은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대주주 기준도 종목당 보유 금액 50억 원 이상에서 10억 원 이상으로 다시 원위치로 낮춰 과세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인하했던 증권거래세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무산됨에 따라 증권거래세율도 현재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0%로 다시 올리기로 했다. 논란이 일었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14~35%는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수익이 1조 원을 초과하는 금융·보험업체에는 교육세 세율 1%가 새로 적용되고, ‘과세 사각지대’였던 감액배당에는 대주주 과세를 시작한다. 올해 세제개편을 하게 되면 정부는 향후 5년간 세수가 35조 6,000억 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2023년 56조 4,000억 원에 이어 2024년에도 30조 8,000억 원이 예산보다 덜 걷히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2년째 이어지며 지난 2년간 무려 8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도 내수 부진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크게는 40조 원의 세수 공백이 예상되는 등 나라 곳간의 사정이 여의롭진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6월 19일 기획재정부가 올해 세입 결손 규모를 10조 3,000억 원으로 추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 결손은 더 커질 수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필요하다면 세입 경정을 더 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올해 세수 결손을 보수적으로 17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참으로 엄중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저성장 극복, 저출산 고령화 대응, 신산업 육성 등을 위해 정부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날로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업 등에 세금을 깎아주면 이른바 ‘낙수효과’를 통해 투자 확대, 고용 증가, 성장률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대대적인 감세정책을 추진했다.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았고, 국세 수입이 2023~2024년 연속 감소하고 2023~2025년 3년 동안 100조 원 가까운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등 세수 기반만 허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의 세제개편은 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세제 정상화의 첫걸음으로 재정 위기 타개책으로 볼 수 있어 충분히 환영할 만하다.
왜냐면 전임 윤석열 정부가 철 지난 ‘낙수효과’를 들어 세차게 감세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지난 3년간 경제는 곤두박질쳤고, 대규모 ‘세수 펑크’가 이어졌다. 그걸 메꾸려 서민 주거·환율 안정 기금으로 돌려막고, 지방교부세 삭감·복지예산 불용 등 편법이 난무했다. 이번의 세제개편으로 법인세가 8년 만에 인상된다. 법인세 세수 증가는 향후 5년간 18조 5,000억 원으로 전망된다. 이날 타결된 대미(對美) 관세 협상에 따라 관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법인세 부담까지 늘어나게 되니 기업들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무리한 증세가 아닌 원상 복구 정도는 감내해야만 한다. 감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식 거래 시 발생하는 세금은 정상화되고,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대상은 넓어진다. 올해 세제개편만으로 그간의 적폐를 한꺼번에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아쉬운 지점도 적잖이 눈에 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배당 확대를 유도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근본 취지지만, 감세 혜택이 초고소득층에 한정되고 배당 증대 효과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최종 통과 전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만 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도 크게 낮췄는데, 이번 세제개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조세 형평성 제고,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을 위해 부동산 세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조세부담률 17.6%를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 25%까지는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이제는 불필요해진 조세감면 항목들을 대폭 정비하고, 소득세 면세자 비중을 줄이는 등 과세 기반을 더 넓혀 나가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만 한다.
결론적으로 나라 곳간을 거덜 낸 ‘윤석열 감세정책’의 ‘정상화’를 꾀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다만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게 문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법인세와 주식 양도소득세를 2022년 시기로 되돌리는 경우 세입이 “약 7조 5,000억 원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로는 윤석열 정부 시기의 세수 결손을 벌충(罰充)하기는 매우 어렵다. 윤석열 정부 시기의 감세는 대기업의 실효세율을 낮추는 데만 주력했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상위 10대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15.8%로 중견기업 18.3%보다 낮았다. 전체 법인의 공제·감면 세액은 총 15조 9,773억 원인데, 이 중 10대 대기업이 차지한 감면 세액이 25%가 넘는 4조 1,007억 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세수 확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연히 기업 부담은 다소 커질 수밖에 없겠지만, 지속 가능한 재정을 위해서는 증세를 마냥 외면할 순 없다. 하지만 무리하게 감세를 취해 놓은 채 지출은 늘려오면서 재정은 당연히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다. 2018년 35.9%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50%에 육박(49.1%)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중과세 논란 등 분리과세에 대한 명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출생·고령화로 재정 부담이 날로 커질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해 보이는 현 상황에서 기존의 세제를 감세 방향으로 급전환(急悛換)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투자의 중심을 옮기겠다는 ‘머니무브(Money move)’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해 세제를 동원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새 정부 정책 기조는 확장적 재정을 통한 회복과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성장률 저하, 실질금리 하락, 금융기관 건전성 악화 등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여러 제약 요인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단기 처방이 아닌 실물 및 금융 부문 그리고 세제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특히나 0%대 성장률로 추락한 경제, 민생 위기,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각종 세금 감면과 비과세 항목을 축소하고,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부동산 보유세도 정비하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증세 로드맵’을 마련해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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