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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30일 발표한 '2024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을 보면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인정받은 사망 노동자는 사고사망 827명으로 전년도 812명보다 15명(1.84%)이나 증가했고,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를 뜻하는 ‘사고사망 만인율’은 0.39‱로 전년 수준이었다. 재해유형별로는 떨어짐 278명(33.6%), 끼임 97명(11.7%), 사업장외 교통사고 87명(10.5%), 부딪힘 80명(9.7%) 순이었다. 기타 유형으로 맞음(52명), 깔림(54명), 화재(33명) 순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다 2024년 질병 사망 1,271명을 포함하면 지난해 사망 노동자는 모두 2,098명에 이른다. 이는 전년 2,016명 대비 82명(4.1%)이나 늘어난 규모이다. 질병 재해로 사망 유형으로는 폐에 미세한 먼지가 오랜 기간 쌓여 폐 조직이 손상되는 진폐가 5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작업과 관련해 병에 걸리거나 다친 노동자도 전년 대비 4.4% 늘어난 14만 2,771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는데도 산재 사고가 줄지 않았음은 다각적이고 심층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기업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 안전 비용을 줄이는 일이 있어선 결단코 안 된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근로자 10만 명당 사고 발생일 1년 내 사망하는 치명적 산업재해 수는 4.3명이었다. 이는 몽골(4.8명), 콜롬비아(4.7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핀란드(1명), 스웨덴(0.8명), 독일(0.7명), 일본(1.5명·2021년 기준) 등은 1명 안팎이었다. 같은 사업장에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안전 관리의 구조적 허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 국무회의에서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올해를 산재 사망 근절의 원년으로 만들자”라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산재 기업이 설 자리가 없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만 할 것이다.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라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살자고, 돈 벌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재가 반복되는 기업의 ESG 평가를 강화하고 대출 규제를 검토하라!”라고 지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사람 목숨을 지키는 특공대라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직을 걸라”고 했다. 김 장관은 “직을 걸겠다.”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포스코이앤씨의 전국 65개 사업장에 대해 불시감독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에스피씨(SPC) 삼립 시화공장을 찾았을 때도 반복되는 산재 사고의 문제를 호되게 지적했다. 최근 3년간 에스피씨에선 노동자 3명이 무리한 교대근무를 하다가 과로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왜 무리한 12시간 맞교대 근무를 시키느냐?”라는 대통령의 질문은 이틀 뒤인 지난 7월 27일 회사 쪽의 근무제 개선 약속을 끌어냈다. 이제 에스피씨와 포스코이앤씨에 던진 대통령의 질문을 산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모든 기업에도 물어야만 한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산재 예방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실제로 국무회의에서는 부처별로 다양한 대책이 보고됐다. 금융위원회는 중대 재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대해서는 이에스지(ESG) 등급 평가에 반영하고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정 당국은 안전 관리 비용을 하청 업체에 전가한 혐의로 건설사 4곳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중대 재해 유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나 무리한 야간노동을 규제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도 검토되는 중이다.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 세상에 더는 계속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산재 예방을 위해 들이는 비용이 사고가 났을 때 치르는 대가보다 크기 때문에’ 중대 재해가 반복된 것은 아닌지 반추하며, 우리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이런 질문들이 범정부 차원의 실효 높은 대책으로 서둘러 이어져야만 한다. 무엇보다 정부 의지와 실행력이 관건인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산재 사망 근절 원년” 선언이 결단코 공허해지지 않도록 서둘러 실행으로 답해야만 한다. 또한, 산재 예방 의지가 말로만 그치게 할 것이 아니라면, 공공기관부터 낡은 구각(舊殼)과 잘못된 관행(慣行)을 서둘러 바로잡아야만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지난달 초 태안화력에서 끼임 사고를 당해 숨진 고(故) 김충현씨와 지난 7월 28일 동해화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노동자도 모두 하청 업체 소속이었다. 공공기관부터 안전 관리와 감독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만 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부가 타워크레인 작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자 사고가 급감한 사례나 삼성물산이 건설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을 보장하자 산재가 급격히 줄어든 사례에서 보듯,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산재의 상당 부분은 당국과 기업의 의지가 있으면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실행으로 보여줘야만 한다. 차제에 노동부는 사전·사후 감독을 철저히 하고, 기업들도 작업장 안전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는 자구책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검찰·법원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서 과감히 벗어나 엄중한 책임을 물어 일벌백계(一罰百戒)·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만 한다. 근본적으로는 ‘죽음의 외주화’나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지는 저임금 등 구조적 폐해도 함께 살펴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시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준엄한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만 한다.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실우치구(失牛治廏)’나 ‘망우보뢰(亡牛補牢)’란 치둔(癡鈍)의 우(愚)는 다시는 없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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