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국가채무 이자만 연간 30조 원, 커지는 확장재정의 무게 극복해 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8-29 16:30:09
  • -
  • +
  • 인쇄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국가채무가 급속히 늘어나 해마다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 3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국채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재정 건전성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국가신용등급 하락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17일 국회예산정책처와 재정정보 포털 ‘열린 재정’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중앙정부 채무잔액은 1,218조 4,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7조 2,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13조 2,000억 원이 소요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지급 등을 위해 편성된 예산을 포함한 2차 추경까지 더하면 올해 연말 국가채무가 1,300조 6,000억 원에 이르게 된다.

국가부채(나랏빚) 증가 속도가 참으로 무섭다. 국가채무 급증으로 인한 재정 악화 우려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선 164조 원이 늘었고, 이명박(143조 원)·박근혜(183조 원)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선 가장 많은 442조 원이나 급격히 늘었다. 국가채무가 좀 늘어나도 경기가 좋아 세금이 많이 걷히면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지금은 대내외적으로 경기불황에 따른 저성장 기조가 지속하고, 한국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 │ 물가 자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 올해 사상 처음 2% 아래로 떨어져 1.9%에 그칠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로 이어져 기업의 쇠퇴, 고용·투자 저하라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는 암울한 상황이다 보니 베네수엘라의 몰락이 떠오를 정도로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올 연말 1,300조 원대를 훌쩍 넘길 수 있다. 지난 2022년 사상 첫 1,000조 원대 돌파 이후 불과 3년 만에 20%가량 폭증한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국채 이자로 부담한 비용(결산 기준)은 28조 2,206억 원으로, 2000년의 18조 6,426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10조 원(51.4%) 가까이 늘어났고, 올해 국채 이자는 사상 처음으로 30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정부 총예산 673조 원의 4.4%나 되고 국방비 한 해 예산(61조 원)의 절반 수준이다. 된다. 연평균 증가율은 13%에 달한다. 코로나 19 당시 지출이 커지면서 국채 이자 비용이 급격히 불어난 것이다. 2021년 19조 2,000억 원이 되더니 2022년(21조 원) 20조 원대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24조 6,000억 원으로 커졌다.

국채는 국고채와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국민주택채권을 더한 개념이다. 국고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2020년 16조 8,000억 원에서 지난해 26조 8,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국민 1인당 약 60만 원꼴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 대규모로 발행했던 국채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다. 올해 94조 원, 내년 98조 원 규모의 국채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면 차환 발행 압박은 더욱 커지고 가중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 과정에서 국채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9%로 2024년 말보다 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 데다 내년이면 50%를 넘어서게 된다. 재정 건전성 악화는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저하로 이어진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국가채무 증가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 이탈과 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국민 경제로 돌아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국가 살림을 하다 보니 할 일은 많은데 쓸 돈이 없어 참 고민이 많다.”라며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나라 살림을 농사에 비유해 “봄에 뿌릴 씨앗이 없어 밭을 묵힐 생각을 하니 답답하다”라며 “지금 씨를 한 됫박 뿌려서 가을에 한 가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다 씨를 뿌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재명 대통령의 말처럼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투입은 당장 경기 대응 긴요 수단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채 이자 비용 부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향후 수년간 매년 100조 원 안팎의 차환 발행이 채권 시장에 쏟아지며 금리 상승 압력과 이자 부담을 키울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여기에 세입·세출 불균형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끌어다 쓴 단기 자금이 올해 1~7월에만 114조 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렇게 정부 재정이 쪼들리면서 적자(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4%를 넘어서며 재정준칙(3%)을 훌쩍 넘어섰다.

무엇보다 국가부채의 가파른 증가세도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40%는 ‘인위적 족쇄’라며 확장재정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 결과 5년 만에 국가부채가 442조 원이 넘게 불어났다. 최근 정부는 13조 원 규모의 전 국민 ‘소비 쿠폰’ 지급에 나섰다. 여권에서는 “추가 발행 가능성도 닫혀 있지 않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우게 될 변수임엔 틀림이 없다. 여기에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기준까지 완화해 대규모 사업 추진의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8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발표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기준 총사업비와 국비를 각각 현행 500억 원·300억 원에서 1,000억 원·500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개선한 것이다. 기준금액 상향 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업들은 예비타당성조사 절차 없이 바로 기본계획 수립과 설계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지역균형발전이나 물가 상승을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선심성 사업 남발로 이어지는 경우 재정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차 없는 도로, 고추 말리는 공항’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음을 각별 유념해야만 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상황 전개에 있다.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원 210조 원의 절반 이상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비과세·감면 정비 등 세수 확충으로 94조 원, 강도 높은 지출 절감으로 116조 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세수 부진이 3년째 이어지고 단기 차입까지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이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023년 56조 4,000억 원에 이어 2024년에도 30조 8,000억 원이 예산보다 덜 걷히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2년째 이어지며 지난 2년간 무려 8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도 내수 부진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크게는 40조 원의 세수 공백이 예상되는 등 나라 곳간의 사정이 여의롭진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지난 7월까지 한국은행에서 정부가 일시 차입한 자금은 누적 기준으로 113조 9,000억 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 105조 1,000억 원보다 8.4%인 8조 8,000억 원이나 늘었다. 재정 건전성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 확장재정이 성장의 마중물이 되려면 재정의 선순환 구조가 뒷받침돼야만 한다. 소모성 지출을 줄이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성장 산업을 발굴해 세입 기반을 넓히는 정책적 노력도 당연히 필수적이다. ‘빌려 쓰는 씨앗’이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기능을 할지, 오히려 재정 상황만 악화시키는 장애물 역할이 될지는 정부의 책임 있는 선택에 달려 있음을 각별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고착화하는 장기 경기침체 상황에서 정부 지출의 확장 기조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빌린 씨앗을 당장 배고픔을 달랠 식량으로 사용해 버리거나 척박한 불모지에 뿌리지 않고 기름진 옥토에 뿌리도록 하는 정부의 혜안과 안목이 더 중요하다. 일관성이 내포된 1회 용에 그칠 지출은 과감히 줄이고 성장 잠재력을 높일 투자에 집중해야만 한다. 확장재정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재정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한 인식이다. 씨앗을 뿌리되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려면 씨앗을 뿌리기 전에 밭을 제대로 일구고 갈아뒀는지부터 확인해야만 한다. 씨앗을 뿌린다고 해서 반드시 수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폭증하는 국가채무에 손 놓고 방치(放置)해 버리거나 방기(放棄)하고 있으면 더 큰 위기를 부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빚을 늘리기에 앞서 비효율과 낭비를 없애는 지출 구조조정부터 나서야 한다. 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두는 ‘선택과 집중’은 물론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쓰기 쉽다고 흥청망청(興淸亡淸) 쓰다가 미래세대에 빚의 굴레를 씌우는 치둔(癡鈍)의 우(愚)는 재정 패륜(廢倫)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작금의 우리 경제는 고령화·저성장으로 연금 등 고정비 부담이 계속 커져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상존(常存)한다. 확장재정으로 경기를 살리되 소비 측면이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집중해야만 세수 확충으로 이어져 재정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특히 역대 정권마다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가 빈말로 끝난 ‘재정준칙 법제화’도 서둘러야 한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국가 신인도와 직결된 대한민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언제 현실화할지 모른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증세 논의는 필요하지만, 혼란을 가중할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을 꾀하되 최후 수단이 돼야만 한다.

 

[저작권자ⓒ 서울세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세계타임즈 구독자 여러분 세계타임즈에서 운영하고 있는 세계타임즈몰 입니다.
※ 세계타임즈몰에서 소사장이 되어서 세계타임즈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합시다.
※ 구독자 여러분의 후원과 구독이 세계타임즈 지면제작과 방송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타임즈 후원 ARS 정기회원가입 : 1877-0362

세계타임즈 계좌후원 하나은행 : 132-910028-40404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 구독자 여러분의 후원과 구독이 세계타임즈 지면제작과 방송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타임즈 후원 ARS 정기회원가입 : 1877-0362

세계타임즈 계좌후원 하나은행 : 132-910028-40404

후원하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