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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靑天霹靂)의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이후 정치권은 유례가 드문 살벌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다수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난도질하는 데 당력을 총동원했고, 국민의힘은 이대로 정권을 넘겨줄 순 없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공격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이재명은 안 된다’라는 공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동조 정당’이란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여(與)·야(野)의 두 정당이 겉으론 경제와 민생을 내세워 중도층 잡기에 나선 듯하지만, 사실은 지지층 결속을 위한 ‘프레임 대결’에 당의 명운(命運)을 걸고 주력(注力)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설을 맞은 국민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은 그런 요란한 정치 공세나 여론몰이가 아니다. 여(與)·야(野) 정당들이 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성객 인사를 하거나 전통시장 방문 행사를 했으나, 진정 일반 국민 반응은 싸늘했다. 나라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고도 천연덕스럽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든지 ‘고향 잘 다녀오시라’라는 등 덕담 인사를 할 수 있냐는 게 일반 국민의 솔직한 심정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극단적 정쟁’이 아니라 ‘정치력 복원’임을 직시(直視)해야만 한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 시급한 것은 경제와 민생, 국정의 안정이다. 모처럼의 긴긴 설 연휴를 맞고 있지만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은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탄핵 정국과 헌정사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기소가 ‘트리거(Trigger │ 방아쇠)가 되어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국 쇼크’와 통상 환경 악화로 기업과 가계 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에서 경제의 양 날개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려워진 한국 경제가 3분기 연속 제로(0) 성장의 ‘저성장 쇼크’에 직면한 가운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백척간두(百尺竿頭)의 나락(奈落)에서 한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를 간신히 모면한 2.0%에 가까스로 턱걸이한 데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며‘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 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 출범과 미국·중국 갈등 격화로 이어지는 삼중고(三重苦)의 압박에 짓눌리며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직면하면서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危機)에 봉착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5년 1월 23일~24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차기 대통령이 중점을 둬야 할 분야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두 명 중 한 명꼴인 48%는 ‘민생 안정 및 경제 활성화’를 첫손에 꼽았다. 2위는 ‘사회 갈등 해소 및 국민 통합’이 20%에 달했는데 1위와 큰 차이가 있었다. 3위는 ‘국가 안보 강화’로 16%를 차지했다. 1위인 ‘민생 안정 및 경제 활성화’는 연령·지역·직업·지지 정당을 가리지 않고 모든 그룹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주관식으로 물은 개별 지지 후보 선호 이유에서도 먹고사는 문제 해결 능력은 응답자의 주요 판단 배경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역단체장 출신 인사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들은 그들의 행정 경험을 높이 샀다는 분석이 옳다. 결론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게 정치권에 대한 범국민적 요구이자 민심인 셈이다. 이를 가볍게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민생을 챙겨 달라는 설 민심이기에 더욱 경청해야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한국 경제엔 진한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불안으로 인한 고환율이 지속하는 경우 건설 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월 2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 국내 건설산업 부정적 영향 우려’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수입 의존도는 10.7%로 환율 10% 상승 시 1% 정도의 비용이 상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건설 산업의 수입 의존도는 3.4%로 전체 평균보단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환율이 10% 오를 시 0.34%의 비용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는 의미로 환율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 상승 압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건설 산업은 다른 산업의 비용이 올라갈 경우 이에 따른 2차 영향이 큰 편 산업이라 환율 상승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환율이 10% 오를 경우 다른 산업의 비용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2차 적인 비용 상승 압력은 0.52%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당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대로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는 경우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은 9.3~13.1% 감소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0.1~0.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다 내수 위축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고,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침체도 경제 전반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이렇듯 불안한 경제 상황에 소비 심리는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2.5포인트 하락한 88.2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올해 1월에는 지수가 91.2로 3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보다 크게 낮아 비관적인 정서가 훨씬 강하다. 게다가 지난 1월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1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이는 2003년(-3.1%) 이후 같은 기간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대 폭이다. 자동차와 가전 등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까지 모든 분야에서 소비가 줄었다. 내구재와 준내구재, 비내구재 모두 2년 연속 소비가 준 건 199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0.3%, 2023년 -1.5%에 이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작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정부와 여야의 합심·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윤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 기조를 조율할 여(與)·야(野)·정(政) 협의체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여(與)·야(野) 모두 조기 대선을 의식해 사생결단식 정치 공세에만 몰두한 탓이다.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 논의도 민주당이 제안한 ‘전 국민 25만 원 지급’ 등도 선거용이란 논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도 구속기소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란 혐의는 법원에서 판결하게 되는 만큼 헌재와 법원의 시간이다. 여(與)·야(野)는 정쟁을 삼가고 2월 국회에서는 소아적인 정파적 이해관계에 연연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경제 살리기 입법에 총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지난 1월 23일 회견에서 “이념·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라며 “:회복·성장이 과제”라며 실용주의 노선과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방향은 절대적으로 옳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실천이자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관건(關鍵)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대표의 발언이 진심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특별법」, 「전력망 확충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법」 등 민생·경제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업들의 숙원 입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만 할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민생 안정에 힘을 보태야만 한다. 최근처럼 보수 결집 양상만 의식해 지나치게 우경화한 모습을 보이면 전체 민심과 멀어질 우려가 있음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여(與)·야(野)의 모두 논리와 주장만을 보면 일응(一應) 옳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여(與)·야(野) 모두 이번 설 연휴에 귀를 보다 크게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해 주길 바란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민심은 천심이다.”라고 했다. 맹자(孟子)도 “하늘의 뜻은 백성의 뜻(心意)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따라서 한 국가의 정권 성패는 일반 국민의 여론에서 나온다는 철칙(鐵則)을 믿고 이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우리 고전에도 “도(度)가 지나치면 재앙(災殃)이 온다”라고 했다. 지금은 정권보다는 나라의 미래를 생각할 때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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