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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장률을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1.3%로 ‘깜짝 성장’했다가 2분기 -0.2%로 역성장했고, 3분기에 0.1% 성장에 이어 4분기에도 0.1%의 미미한 성장에 그쳤다. 1분기 깜짝 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고, 뒤로 갈수록 수출과 내수 여건이 모두 안 좋아지면서 성장세가 시들해진 데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정치 난맥상과 경제 불확실성으로 경제 주체의 심리적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과거 고도성장기를 거치고 나서 성장이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 소비는 0.2% 늘면서 개선세를 보였던 3분기 0.5%와 비교해 증가 폭이 다시 쪼그라들었고, 정부 소비는 0.5% 증가로 전기와 같은 수준이었다. 설비투자는 증가 폭이 전기 대비 6.5%나 감소한 1.6% 성장했고, 건설투자는 3.2% 감소하며 부진을 지속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23일 발표한 ‘2024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를 간신히 면한 2.0%에 턱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더 참혹하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로 당초 전망치 0.5%의 5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연간 성장률도 당초 전망치 2.2%보다 낮은 0.2%포인트 낮은 2.0%에 그쳤다. 2023년 성장률 1.4%보다는 높지만,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전망치인 2.2%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 ‘컨센서스(Consensus │ 총의)’와 한국은행의 최신 전망치를 모두 밑도는 ‘성장률 쇼크’ 수준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 소비 증가 폭이 줄고 건설투자 위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단(特段)의 비상 대응 없이 방치(放置)하거나 방기(放棄)하면 한국 경제가 구조적 저성장 단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대응이 시급해졌다 라는 준엄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올해 성장률 달성이 발등의 불이다. 그나마 반도체 등 수출 호조 덕에 간신히 성장률이 2%대 턱걸이를 했지만 새해 들어서는 수출도 꺾였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1월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달보다 1.4포인트 낮은 85.9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초반인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다. 수출 둔화세가 확연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고 기업도 투자를 꺼리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반 토막 난 것처럼 고용 한파도 여전할 전망이다. 지난 1월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57만 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5만 9,000명(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증가 폭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성장률 전망치 1.8%도 달성하기 힘들다. 자칫 성장동력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최악의 경우 0%대 성장률에 머물고 말까 걱정이 많다. 한국의 진해 3/4분기 경제성장률 0.1%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 0.4%에 못 미쳤으며 중국 0.9%, 미국 0.8%, 일본 0.3%보다도 한참 낮았다. 그런데다 4/4분기마저 0.1%의 미미한 성장에 그쳤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 악재에 직면해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미국 유일주의(America Only)’ 정책을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2기 행정부 출범과 미국·중국 갈등 격화로 통상 환경이 악화일로(惡化一路)다.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리더십 공백이 경제뿐 아니라 안보 불안감을 키우는 형국이다. 경제 심리 악화로 인한 투자와 소비 감소가 경제 활동을 위축해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와중에 ‘관세 폭격’까지 본격화하면 올해는 1%대의 저성장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두 달 전인 작년 11월 전망한 1.9%에서 1.6∼1.7%로 내려 잡았다. 무엇보다도 작금의 불확실성으로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는 일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없어야만 한다.
이렇듯 정치 불확실성이 성장률을 갉아먹지 않도록 재정·통화 당국의 비상한 대응이 시급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에서 국내 대학 상경계 교수의 57.6%는 올해 잠재성장률을 평균 1.8% 수준으로 추정했다. 인구 감소에 신성장 동력 부재, 낮은 생산성 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지나 내리막으로 접어들었다는 ‘피크 코리아’론에 동의한다는 응답도 66.7%에 달했다. 이대로 경제 회생의 불씨를 살리지 못해 성장 잠재력을 잃는다면 2040년대에 잠재성장률 0%대라는 암울한 시나리오마저 현실화 할수 있다. 경제 체질을 개선해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해야만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을 서둘러 실행으로 옮겨 정체된 생산성을 제고하고 고급 인재 육성에도 총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 1월 16일 새해 첫 ‘통화 정책방향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한 만큼 재정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물꼬를 튼 만큼 서둘러 시행해야만 한다. 여(與)·야(野)·정(政) 협의회부터 가동해 지역 화폐·전 국민 지원금 등 정치색부터 걷어내고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발등의 불’이 된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담긴 「반도체 특별법」, 「전력망 확충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 등 민생·경제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속히 통과시키고, 신성장 엔진을 재점화하고 경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정국 안정에 각별한 협조를 해야만 한다. 한국은행도 실기했다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2월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기업이 다시 역동적으로 뛸 수 있도록 규제 족쇄를 제거하고 세제·예산·금융 전방위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피크 코리아’ 위기를 서둘러 극복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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