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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5대 신도시에 건설된 물량은 분당 97,500호, 일산 69,000호, 중동·평촌·산본 각 42,500호로 모두 294,000호였다. 나머지 170만여 호는 인천 연수, 대전 둔산, 부산 해운대·좌동, 울산 삼산·화봉, 대구 칠곡·시지·지산·범물·성서, 광주 상무·첨단지구 등의 지방 거점 신도시 및 전국 각지의 택지지구 사업들을 통해 물량을 채웠다. 1980년 팽창하던 서울의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획도시들이 수도권 주거 문제 해소와 균형 잡힌 도시 성장을 위해 차례로 옷을 갈아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 14일 발표한 ‘노후 계획도시 정비 기본방침’은 질서 있는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 마련이다.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10년 단위로 수립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며, 전국 노후 계획도시 기본계획 수립의 가이드라인 이다. “도시는 새롭게, 삶은 쾌적하게, 노후 계획도시 재창조”라는 비전 아래, ▷도시공간 재구조화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통합정비기반의 도시·정주환경 개선, ▷혁신기술이 주도하는 미래도시 전환, ▷체계적·단계적 정비를 통한 시장안정 등 4가지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7년 첫 착공을 목표로 2029년까지 인허가 8만 8,000호, 착공 4만 6,000호를 추진한다는 ‘초고속 재건축’ 방안이 담겼다. 국토교통부와 해당 지자체는 현재 216% 수준인 부천 중동·군포 산본 용적률을 각각 350%와 330%로 상향 조정해 부천 중동에 2만 4,000호, 군포 산본에 1만 6,000호 등 4만 호를 추가 공급하는 ‘도시정비 기본계획안’도 공개했다. 분당·일산·평촌의 기본 계획은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으로, 1기 신도시 정비로 총 10만 호 이상의 추가 공급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이주대책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 내에서 부담이 가능한 저렴한 이주주택 마련을 위해 ‘순환 정비모델’을 마련키로 했다.
국토교통부 정우진 도시정비기획단장은 “14일 중동·산본 신도시의 기본계획(안) 주민공람을 시작으로, 분당 등 기본계획도 순차 공개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본방침의 초안도 마무리되어, 전국 111개 노후 계획도시가 기본계획 수립 및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작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라면서, “특히, 기본방침·1기 신도시 기본계획(안)을 통해 제시한 광역교통 및 이주대책의 기본방향이 차질 없이 작동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8·8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며 총력전에 나섰지만,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5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인 0.32%나 급격히 올라가는 등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여전히 심상치 않고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급 계획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차원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문제는 수치상으로 보이는 물량 공급에만 치중한 나머지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공개된 계획안에서 중동은 주택 2만 4,000호가 늘어난 8만 2,000호, 산본은 1만 6,000호 증가한 5만 8,000호 공급을 목표로 잡았다. 따라서 당장 4만 호를 추가로 공급해 14만 호가 될 중동과 산본 지역에 교통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 대책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교통난이 상당한 상황에서 도로와 광역교통 개선 방안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택 수만 늘리면 주거 여건의 악화는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정부의 계획대로 사업이 시행될지도 걱정이 크고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오르며 재건축 관련 부담금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1기 신도시 정비와 관련한 사업성이 확보될 수 있겠느냐는 궁금증이 더해진다. 비용 부담만 크고 경제성이 떨어질 경우 주민과 건설사가 재건축 등에 난색을 표하며 정부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고,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주택 공사비용이 4년 전과 비교해 2배 가까이 오른 현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24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154.09로 4년 전인 2020년 3월 118.47보다 35.62포인트나 상승했다. 해당 지수 상으로는 공사비가 약 30% 상승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공사비가 2배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는 최근 상승세가 지속된 가운데 지난 6월 말 1,267만 6,000원이던 서울 민간 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도 지난달 1,331만 5,000원으로 5.04%인 63만 9,000원이나 뛰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재건축 속도전’이 부동산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재건축 기대감에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는 데다, 이주 수요가 몰리며 인근 지역의 전셋값 등이 급등할 수 있다. 정부 안대로 2027년부터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추진되면 향후 10년간 매년 2만~3만 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기 신도시에 있는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해 신도시 이주민의 임시 거처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주민의 83.3%가 ‘1차 생활권(신도시 + 관내)’ 이주를 희망하여 이주수요 대부분이 관내에 집중되고 있다. 일산 82.2%, 분당 78.4%, 중동 93.2%, 평촌 85.2% 산본 79.4%가 1차 생활권 이주를 선호하고 있어서다. 기존 임대주택 거주민의 경우 순환정비용 이주 주택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했지만, 뚜렷한 방안이 없는 미봉책(彌縫策)이란 지적도 나온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고 적절한 공급 대책을 내놓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필요한 조치임은 명확하다. 하지만 사업성과 인프라 대책 등이 수반되지 않는 밀어붙이기 속도전은 선거 등을 노린 졸속 정책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도시는 새롭게, 삶은 쾌적하게, 노후 계획도시 재창조”라는 비전대로 주거의 질과 사업성 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경기도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정주 환경’ 개선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정비 기본계획 승인 절차 소요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지난 8월 18일 밝혔다. 문제는 속도지만 속도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은 정주(定住) 여건과 인프라(Infra │ 기반시설)가 아닐 수 없다. 기반시설 노후화와 열악한 정주 환경 속에서 안전까지 위협받는 노후 계획도시가 적기에 대단위 정비사업이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효과성을 기반으로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실행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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