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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까지 신고된 7월 서울 아파트 계약 건수는 6,911건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7월 거래량은 2020년 12월 7,745건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다 거래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거래량뿐 아니라 가격 역시 상승세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21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8월 15일 발표한 8월 둘째 주(8월 12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보다 0.32% 올라 2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간 상승률이 ‘7월 넷째 주(7월 22일 기준) 0.30% → 7월 다섯째 주(7월 29일 기준) 0.28% → 8월 첫째 주(8월 5일 기준) 0.26%’로 다소 소강 국면이었다가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외려, 정부가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은 직후에 2018년 9월 둘째 주(9월 10일 기준) 0.45% 이후 약 5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건 이번 대책의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주(8월 12일 기준)도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금호·행당동 역세권 대단지를 위주로 성동구(0.63%)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올랐다. 이 같은 상승률은 2013년 9월 셋째 주 0.69% 이후 10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성동구 다음으로는 강남 3구로 불리는 송파구(0.58%), 서초구(0.57%), 강남구(0.46%)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이밖에도 광진구(0.45%)·동작구(0.41%)·마포구(0.39%)·강동구(0.37%)·용산구(0.36%)·영등포구(0.36%)도 서울 평균을 웃도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강북 4구는 성북구(0.22%), 강북구(0.19%), 노원구(0.16%), 도봉구(0.12%) 순위로 상승했다.
전세 시장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65주 연속 올랐다. 상승 폭은 지난주 0.17%에서 이번 주 0.19%로 확대됐다. ‘8·8 주택공급 대책’에서 정부는 서울의 비(非)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공공 주도로 빌라를 무제한 매입해 전·월세로 공급하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전셋값 강세는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말 1,267만 6,000원이던 서울 민간 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도 지난달 1,331만 5,000원으로 5.04%인 63만 9,000원이나 뛰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은 “거주 선호도가 높은 신축,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매물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전세 대기수요도 지속되는 등 서울 전체의 상승 폭이 확대됐다”라고 했다.
이렇듯 주택매매거래가 늘어나고 정책대출 공급이 지속된데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연기한 직후 은행권 가계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12일 발표한 ‘2024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20억 8,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5조 5,000억 원 늘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5월 5조 7,000억 원, 6월 6조 2,000억 원에 이어 7월에도 5조 6,000억 원이 늘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이달 들어서도 8일까지 5대 은행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이 1조 6,000억 원가량 늘어나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쪽은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린벨트를 풀고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해 수도권에 2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현실적으로 후보지 발표와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거친 뒤 아파트를 지어 입주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8∼10년이 소요된다. 반면에 단기적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그린벨트 해제지에 투기 수요가 몰리고, 용적률 완화 등은 재건축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한 것도 ‘재건축발(發) 집값 상승’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또 공공이 빌라·오피스텔을 무제한 매입해 전·월세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은 비(非)아파트 가격을 정부가 떠받쳐주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 등 금융 대책과 강력한 투기 방지 대책도 없어서 ‘8·8 주택공급 대책’이 나온 후 집값이 다시 치솟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렇듯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지난 8월 16일부터 서민들의 주택 구입과 전세 대출을 돕는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까지 올린다. 정책성 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지적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그동안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정책대출을 조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으나, 지금껏 정부는 미적대다가 이제야 조치에 나선 것이다. 실제 최근 3개월 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60% 정도를 디딤돌 등 정책대출 상품이 차지했다. 급기야 지난 8월 16일 국토교통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의 대출금리와 시중 금리 간 적정한 차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날부터 디딤돌·버팀목 대출금리를 0.2∼0.4% 포인트 인상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택 구입자금 대출인 디딤돌 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8,5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지원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적용되는 금리가 높다. 디딤돌 대출 금리는 기존 2.15∼3.55%에서 2.35∼3.95%로 오른다. 부부합산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2자녀 가구인 경우는 6,000만 원 이하, 신혼부부인 경우는 7,500만 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연 1.5∼2.9% 금리로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버팀목 대출금리는 연 1.7∼3.3%로 인상한다. 다만, 이번 금리 인상 조치에서 신생아 특례대출, 신혼희망타운 모기지 등 저출산 대응을 위한 상품은 빠졌다. 정책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청약저축 금리도 최대 2.8%에서 3.1%로 0.3%포인트 인상한다. 또 미성년자의 청약저축 납입 인정기간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3년 확대했다. 부부가 각각 청약통장을 갖고 있으면 특별공급을 모두 신청할 수 있고, 둘 다 당첨되는 경우 먼저 신청한 청약을 유효하게 보는 등의 ‘결혼 패널티’도 제거한다.
한편, 미국의 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가뜩이나 불붙은 주택 구입 심리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주택 구입 자금을 조절하는 금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이미 저금리의 신생아 특례대출 자격을 완화해주거나 2단계 스트레스 DSR을 7월 1일 시행에서 9월 1일 시행으로 두 달이나 연기해 정책 타이밍을 놓친 게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진작에 나서서 은행들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의 정책대출 규모도 줄여 주택 구입 자금의 총량 관리에 돌입했어야만 했다. 또 후퇴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도 당초에 계획한 대로 진행해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도 현실화시켜야만 한다. 정부의 정책 헛발질과 실기로 인한 집값이 상승하는 건 어떠한 경우에라도 막아야만 한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가계대출이 더 불어나지 않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내수 침체 속 집값 급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하도록 실기(失期)하거나 방치(放置)해선 결단코 안 된다.
또한, 주택 수급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주택공급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대체로 맞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 발표가 실질적인 공급 확대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존재한다. ‘8·8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 골자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을 지원해 도심 주택을 늘린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촉진특례법(가칭)」을 제정해 재건축‧재개발 추진 기간을 3년가량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에 17만 6,000호의 주택을 조기에 착공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필요한 정책이지만 재건축 부진의 근본 원인인 공사비 급등과 수익성 악화를 바로 해소할 수는 없다. 게다가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 폐지 등 주택공급 확대의 동력이 될 정부 정책들이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쉬어 보이지 않는 대책에 시장이 반응할 리는 없다. 집값 안정의 강력한 메시지와 실효성 있는 공급 확대 정책, 일관된 대출 규제 등을 병행해야만 부동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 국민의 주거 안정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집값 고공행진을 멈추려면 국회도 여야를 초월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누더기가 된 재건축 규제 혁파에 뜻을 모아야만 한다. 아울러 차제에 ‘징벌적 과세’ 차원이 아닌 고가주택의 자산가치에 걸맞은 세금을 재정립하는 ‘세제 개편(안)’도 서둘러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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