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시행, 모든 아이 사회가 품는 세심한 운영을

편집국 / 기사승인 : 2024-07-26 15:48:18
  • -
  • +
  • 인쇄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의 출생 사실이 정부 전산망에 빠짐없이 등록되고 그 이후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의 출생이 자동으로 등록되는 ‘출생통보제’를 담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과 아이를 키우기 힘든 임산부가 가명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돕는 ‘보호출산제’가 담긴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7월 19일부터 동시 시행되면서다. 이 제도들은 갓 태어난 아기들이 세상에 존재를 알리는 출생신고도 없이 방치되거나 숨지거나 버려지는 아기들의 비극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허점이 많았던 출생 관리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개인에게 맡겨졌던 출산과 출생 등록, 보육 등을 국가가 책임지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사라지는 아기’가 없도록 국가가 모든 아이를 품는 계기가 돼야만 할 것이다.

지난해 6월 21일 경기 수원시의 한 가정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이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린 일이 있었다. 그 무렵 감사원이 보건복지부 정기감사 도중 병원에서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그 존재가 공식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출생자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2015년~2022년 출생자 중 이렇듯 ‘유령 아기’로 일컬어지는 사례가 2,236명에 달했다. 수원 사건도 이런 정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경제적 형편이나 사회적 시선을 이유로 아기들이 버려지고 방치되고 심지어 죽임을 당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잔인한 민낯이자 비극적 자화상이었다. 출산의 99.8%가 병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의료기관에 출생 통보 의무를 부여한 제도는 합리성과 효율성을 갖고 있어 바람직하다. 따라서 세심히 운영해 조기 안착시켜야 한다.

‘출생통보제’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3(출생사실의 통보) 및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11조(출생사실의 통보 등)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신생아 출생 사실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는 제도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출생 등록을 할 수 있다. 의료기관에서 아이가 출생하면, 의료기관은 태어난 아동의 정보를 출생 후 14일 내에 시ㆍ읍ㆍ면에 알리게 된다. 신고 의무자나 의료기관이 특별한 조치를 할 필요 없이, 개별 병원에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 입력한 정보가 자동으로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에 통보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는 법원과 ‘출생통보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아동의 출생정보가 시ㆍ읍ㆍ면에 통보되었는데도 출생 후 1개월 내에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시ㆍ읍ㆍ면은 출생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도록 최고*한다. 그 이후에도 신고 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신고의무자를 특정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최고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시ㆍ읍ㆍ면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을 등록한다.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9조(보호출산 신청)에 의하여 경제·사회적 이유로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임신부가 가명으로 출산하도록 지원하고 아기를 국가가 보호하는 제도다. 이는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는 경우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신부가 ‘병원 밖 출산’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도입된 보완책이다. 임신과 출산 사실이 주변에 밝혀지는 것을 꺼리는 일부 임산부들은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자동으로 통보되는 것을 피하고자 의료기관 밖에서 아기를 출산하고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위기 상황에 직면한 임산부와 아동을 보다 빈틈없이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경제적ㆍ사회적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위기 임산부가 불가피한 경우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하고 출생 통보까지 할 수 있도록 하여 산모와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제도이다. 다만, ‘보호출산제’는 임산부에게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에, 위기 임산부가 보호출산을 고려하기 전에 직접 아동을 양육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는 상담체계를 함께 구축하였다.

더구나 ‘출생통보제’는 출생 현황을 관리하는 수단일 뿐, 영아 유기의 원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거해줄 순 없어서 ‘보호출산제’가 함께 도입됐다. 출산을 알리기 힘들고 아기를 키우기도 어려운 위기 임산부가 당국의 관리 아래 가명으로 출산과 출생신고를 하고 입양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모든 임산부가 공적 체계 안에서 출산의 과정을 거치도록 정부 차원의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는 시도인데, ‘출생통보제’에 필요한 보완책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많은 문제점 있어 완전한 해법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각국에 보편적 출생 등록을 주문하면서 ‘익명출산제도(보호출산 제도)’를 ‘불가피할 경우 최후에 고려할 수단’으로 권고한 것에서 보듯이 제도의 악용이나 오용이 우려된다. 우선 산모에게 보장되는 익명성이 양육 포기를 조장할 위험이 있는 데다 특히 선천성 질환이나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미숙아를 합법적으로 유기하는 통로로 악용되는 등 양육이 부담스러운 부모에게 편리하고 유용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아동의 친생부모에 대한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지적을 당국은 깊이 유념하고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18일 브리핑에서 “위기 임산부를 지원해 ‘직접 양육’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이고 “장애 아동을 보호 출산을 하는 경우도 공적·민간 자원을 연계하는 등 맞춤형 상담과 사례 관리, 의학적 상담을 통해 직접 양육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이‘보호출산제’는 미혼모들과 아기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상담·입양 등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촘촘한 후속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상담 과정에서 친부모가 직접 양육하도록 설득하고 이해를 촉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생모가 서류를 작성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자녀가 인적 사항을 알아낼 방법이 아예 없어서다. 이렇듯 ‘보호출산제’는 아이의 생명은 보호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 부모를 알 권리를 뺏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해당 아동은 훗날 생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생모에 대한 인적 사항을 알아낼 방법이 없다. 그런 데도 불구하고 산모와 아기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영아 유기를 막는 제도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독일, 프랑스, 미국 등이 ‘보호출산제’를 도입한 이유다.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16개 위기 임산부 상담 기관을 설치하여 그동안 다양한 기관에서 분절적으로 제공되던 임신ㆍ출산ㆍ양육 관련 상담과 지원을 보다 더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는 위기 임산부가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용 상담전화 ‘1308번’을 새롭게 마련하였다. 특히,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위기 임산부 상담에서는 첫 전화가 마지막 전화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현장 의견을 고려하여, 전화를 건 사람의 위치를 기반으로 가장 가까운 지역 상담 기관에 연결해 준다. ‘1308번’ 전화나 모바일 상담으로 초기 상담이 들어오면 상담기관은 상담자의 수요를 우선 파악하여, 긴급 출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에 나가 임산부를 돕고 비교적 간단한 정보 제공 등을 원하는 경우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한부모가족복지시설에서는 안전한 출산 지원, 입소자 상담ㆍ치료ㆍ교육ㆍ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 상담기관을 통해 연계된 위기 임산부는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한부모가족시설’ 121개소에 입소할 수 있도록 7월 19일부터 소득 기준이 폐지된다. 한부모가족의 양육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기준 중위소득 63% 이하 한부모 가구에 자녀당 월 21만 원(월 5만~10만 원 추가 지원 가능)의 양육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 청소년 한부모 가구에는 월 35만 원(0~1세 │ 월 40만 원)을 지원한다. 또한 취업 지원을 위해 가족센터에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직업교육훈련ㆍ여성 인턴 과정 및 폴리텍대학 전문기술 과정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미혼모 특성을 고려하여 학습지원과 취업 지원을 연계하며 자녀 돌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아이돌봄서비스 지원과 함께 ‘보듬매니저’가 있는 가족센터(취약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학습 정서, 생활 도움, 긴급위기 지원 │ 151개소 1,053명)에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시적인 괄목한 성과를 거양(擧揚)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결연한 의지를 견지하고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 정부는 매의 눈으로 지원 체계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촘촘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당사자들이 모르면 소용없다. 임산부들이 자주 찾는 약국, 산부인과 등은 물론 다양한 사회복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운영기관 등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위기 임산부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보육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세계 최악의 저출생과 빠른 초고령 사회로 진입 중인 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이라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2022년 0.78명에서 2023년 0.72명까지 떨어진 데다 올해 출산율은 0.68명까지 주저앉을 전망인 현실에서 모든 아이를 사회가 품는 세심한 운영은 당연한 정책이다. 따라서 두 제도의 조기 안착(安着)과 확실한 정착(定着)에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보호 상태를 지속 관찰해 제도의 미비점과 취약점을 꾸준히 보완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저작권자ⓒ 서울세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세계타임즈 구독자 여러분 세계타임즈에서 운영하고 있는 세계타임즈몰 입니다.
※ 세계타임즈몰에서 소사장이 되어서 세계타임즈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합시다.
※ 구독자 여러분의 후원과 구독이 세계타임즈 지면제작과 방송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타임즈 후원 ARS 정기회원가입 : 1877-0362

세계타임즈 계좌후원 하나은행 : 132-910028-40404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 구독자 여러분의 후원과 구독이 세계타임즈 지면제작과 방송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타임즈 후원 ARS 정기회원가입 : 1877-0362

세계타임즈 계좌후원 하나은행 : 132-910028-40404

후원하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