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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도 74조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60조 100억 원보다 23.31%(0.231배) 늘어났다. 매출액 71조 9,200억 원과 영업이익 6조 6,100억 원을 기록한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2.89%, 57.34% 늘었다. 잠정실적이니만큼 사업부별 구체적인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실적은 반도체 사업이 이끌었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반도체 훈풍에 힘입은 삼성전자의 선전에 코스피도 연이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한국 경제에 온기가 퍼지고 있다. 지난 7월 5일 코스피는 삼성전자의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깜짝 실적)’에 힘입어 2년 5개월 만에 2,860대 고지에 올라섰다. 회복 시기에 대한 해석은 엇갈릴 수 있겠지만 여러 국내 요인이 긍정적이라 하반기 코스피 3,000 진입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미국·일본 주식에 편중하는 경향도 많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역시 반도체였다. 업황 한파에 지난해 15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봤던 반도체 부문은 올해 1분기 흑자로 돌아선 뒤 2분기엔 완연한 봄을 맞이했다. 인공지능(AI) 시장의 급성장으로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회복세에 진입했고 D램 등의 가격 상승 등이 맞물려 반도체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덕이 컸다. 하반기에도 질주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업계에선 3분기에 D램과 낸드 가격이 10% 안팎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양분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외에도 국내 전자업계의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다. LG전자는 올 2분기에 매출 21조 7,009억 원, 영업이익 1조 1,961억 원을 올린 것으로 잡정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8.5%, 61.2% 늘었다. 지난해 2분기에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관련 충당금 1,510억 원을 반영한 점을 염두에 둬도 이익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2분기 기준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다. 생활가전 부문이 ‘깜짝 실적’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매해 2분기는 에어컨이 잘 팔리는 계절적 성수기인데, LG전자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휘센 스탠드 에어컨’의 지난달 판매량이 1년 전보다 80%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을 앞세워 ‘깜짝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소한 19개 금융회사가 최근 한 달간 엔비디아(NVIDIA)에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주가 전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상향 이유로 AI의 높은 잠재력과 이달 중 발표되는 2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꼽았다.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선전은 경제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5월 경상수지는 89억 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5일 발표한 ‘2024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5월 경상수지는 89억 2,000만 달러(약 12조 3,27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외국인 배당 증가 등으로 1년 만에 적자(-2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한 달 사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2021년 9월 95억 1,000만 달러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흑자 폭 기록이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선전하며 경기 회복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밀리면 끝장’인 전쟁처럼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이 수십조 원의 보조금을 앞세우며 국가 대항전이 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1위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고,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마이크론 등의 거센 추격을 뿌리쳐야만 한다. 지난 6월 26일(현지 시각) 마이크론은 3분기 매출이 68억 1,000만 달러(약 9조 5,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약 17% 늘어난 수치다. 이번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은 첨단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통 제품의 수익성 개선으로 올린 성과이자 생산 쏠림 현상으로 공급이 부족해진 범용 D램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메모리 1위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큰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다. 마냥 웃고만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주요국들이 국가적 사활을 걸고 반도체 산업 육성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 반도체가 처한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이번에 찾아온 반도체 ‘슈퍼사이클(Super cycle│초호황기)’의 파도는 어느 때보다 높고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흐름에 잘 올라타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AI 시대 첨단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지만 흐름을 놓치면 회복할 수 없는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때마침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율을 15%에서 25%로 높이고 세액공제 기간도 10년으로 연장하는 새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서둘러 입법화해야만 한다. 정부는 세제·예산·금융 지원 외에도 규제 혁파와 전력·용수 공급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반도체 기업들이 최우선 과제로 꼽는 전력 공급 대책부터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구축을 위해 전력뿐만 아니라 산업용수, 도로망 등 기반 시설 확충, 고급 인재 육성 등에서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최근 정부와 여야는 모처럼 한목소리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약속했는데 중요한 관건은 빠른 실천이다.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은 결국 기술·시간과의 싸움임을 각별 유념하고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지원, 인재 육성 등을 통해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는 데 민·관·정(民·官·政)이 위기의식을 갖고 팽팽한 긴장감을 견지하고 반도체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위해 힘을 모아 총력을 경주(傾注)해야만 한다. ‘깜짝 실적’에 도취해 위기를 직시하지 못하고 실기(失期)하면 진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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