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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고 불운하게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2004년 5월 14일 │ 63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2017년 3월 10일 │ 91일 만에)에 이어 세 번째 맞는 대통령 탄핵 심판사건 선고일이다. 앞선 두 대통령 때 걸린 기간(63일, 91일)을 훌쩍 넘긴 최장 기록으로 전 국민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모두가 지칠 만큼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선고를 행사하겠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아직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만은 어떤 선고 결과가 내려지든지 간에 이것이 갈등과 혼란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 돼야 한다는 준엄한 사실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12·14 탄핵소추 접수, 1·26 대통령 구속기소에서 52일 만인 3·8 대통령 석방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불확실성이 누적되면서 여(與)·야(野) 정치권은 물론이고 온 나라가 대통령 탄핵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려 극한 대립과 반목 그리고 갈등과 혼란을 겪고 있다. 사법 신뢰 붕괴는 의당 물리적 충돌을 부르기 마련이다. 4·4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시점을 전후해 헌법재판소 주변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요새화하기로 한 사실은, 이런 현실을 여과 없이 송두리째 보여준다는 점에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1월 19일 새벽의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 같은 최악이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해야만 하겠지만, 더 근원적으로 법치와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도 찬찬히 반추(反芻)하며 통렬히 반성하고 대오각성(大悟覺醒)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찰은 탄핵 심판 선고 당일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경찰 버스 160여 대와 차벽(車壁) 트럭 20여 대 등 총 200여 대 차량을 동원 차벽을 세워 헌재 반경 150m 이내를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이른바 ‘진공상태’로 만들어 해당 구역에서는 집회·시위는 물론 출입과 통행도 전면 금지된다. 진공상태 구역을 기존 100m에서 150m로 확장해 지난 4월 2일 오후 2시 최종 설치를 완료했다. 탄핵 찬·반 시위대에도 별도의 공간을 제공해 격리함으로써 충돌을 원천 봉쇄할 계획이다. 헌법재판소 인근 지하철역과 주유소와 공사장을 통제하고, 근처 학교는 일제히 휴교(休校)하며, 주변의 궁궐 등의 관람도 중지된다. 현대사옥 등 주변에 사무실이 있는 여러 기업은 직원에게 재택근무나 다른 사무실 출근 등의 대책을 수립했다고 한다.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직후 벌어진 격렬한 반대시위 도중 4명이 목숨을 잃은 참담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상기하면 당연한 조치일 수 있겠지만, 이런 기막힌 상황은 사법 불신이 심각하기 때문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렇듯 헌법재판소 주변은 그야말로 태풍 전야의 초긴장이 감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누그러뜨려야 할 정치권은 승복하는 입장표명(立場表明)에 참으로 인색하다. 서로 상대를 향해서 승복을 강요하기만 할 뿐 헌법재판소 선고 이후 불복 여지를 남겨두고자 하는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기 짝이 없고 지탄(指彈)만 받을 것이다. 탄핵 찬·반 집회를 지지층 결집과 막판 헌법재판소 압박에 활용하려는 전략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사건 선고를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민 통합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엄중한 책무를 인식하지 못하고 애써 방기(放棄)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반적으로 헌법재판소는 법과 원칙에 따라 심리를 진행하며, 모든 결론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내려진다. 따라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를 부정하는 것은 헌정 질서를 흔드는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사례가 있었고, 그때마다 사회적 갈등이 극도로 심화하였지만, 결국에 이르러서는 법적 절차를 수용하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與)·야(野) 정치권은 이번 탄핵 심판을 국가적 혼란의 계기로 삼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치주의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적 절차는 최우선으로 존중받아야 하며, 이를 부정하는 순간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게 마련이다.
어떤 상황에도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며,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실천하는 정도이자 법치주의 뿌리를 굳건히 하는 첩경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불복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며, 이러한 무책임한 행동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따라서 여(與)·야(野) 정치권은 당리당략(黨利黨略)을 떠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고, 정치적 초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초당적 협력을 해야만 한다.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보다는 타협과 협상을 통해 국익을 최 우선하는 정치문화를 조성해 가야만 한다. 이번 4·4 헌법재판소 탄핵 사건 판결은 한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국정 운영과 사회적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정치권과 국민은 어떤 선고 결과가 내려지든지 간에 이것이 갈등과 혼란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 되도록 이를 존중하고 승복하는 태도를 보여 대한민국의 위상이 실추되거나 민주주의가 퇴보(退步)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만은 막아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언론이나 유튜버 등 미디어의 책임 있는 태도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편향된 보도나 가짜 뉴스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해야만 한다. 참신한 기획과 심도 있는 보도로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은 물론 올곧은 시대정신과 정곡을 찌르는 통찰로 올바른 여론 형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며, 법치국가 실현의 견인차로서 역할과 소통의 플랫폼으로서 편향되거나 왜곡됨 없이 바르고 신속한 보도와 건전한 미래 발전적 민주주의 사회 언론 정도를 다지고 이끌어야만 한다. 그야말로 씨줄과 날줄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되, 씨줄의 중심을 잡고 국가 진운(進運)의 명운(命運)이 갈리는 기로(岐路)에서 준엄(峻嚴)한 ‘불편부당(不偏不黨) 정론직필(正論直筆)의 공기(公器)’로서의 사명을 완수하여 국론을 통일하고 국민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엄중(嚴重)한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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