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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문제(코리아 디스카운트 Korea discount)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Value-up)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K-밸류업 지수’가 오히려 시장의 불신과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고무줄 잣대에 대한 의구심과 실망감이 쏟아지며 첫날 거래부터 주가가 하락한 ‘K-밸류업’ 편입 종목은 100개 중 35개에 달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발표된 종목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라느니 “구성 종목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라는 등 혹평을 쏟아냈다. 밸류업(Value-up)이 아니라 밸류킬(Value-kill) 이라거나 밸류다운(Value-down) 이라는 폄하(貶下)까지 튀어나오고 있다.
이번에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K-밸류업 지수’에는 정보기술(IT)기업 24곳, 산업재 20곳, 헬스케어 12곳, 금융·부동산 10곳 등 총 100곳이 담겼는데 코스피(KOSPI) 종목이 67개이고 나머지 33개는 코스닥(KOSDAQ) 종목이다. 100개 종목은 시가총액 400위 이내, 최근 2년 연속 또는 2년 합산 적자가 아니면서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를 소각한 실적,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시가총액, 수익성, 주주환원, 주가순자산비율((PBR │ Price on Book-value Ratio)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 산업군 내 자기자본이익률(ROE │ Return on Equity) 우수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정해졌는데, 특정 산업군 편중 없이 고르게 편입되도록 했다는 게 한국거래소 설명이다. 100개 기업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신한지주, 셀트리온 등 업종 대표 종목들이 들어갔다. 현대차·신한지주 등은 기준에는 미달했지만, 기업가치 개선계획을 자진 공시하여 턱걸이로 지수에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10위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KB금융, 포스코홀딩스 등 4곳은 탈락한데다 한동안 저울질하던 편입 예상 종목 상당수가 빠졌다. 밸류업(Value-up) 수혜주로 간주하던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편입되지 않으면서 4대 금융주가 반타작에 그친 게 대표적이다. 특정 산업군 편중을 피한 상대평가 방식이라지만 부자연스럽다. 2차전지 대표주인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로 힘을 받던 에프엔가이드 같은 종목들도 빠졌다. 주요 석유화학 4개사 중 실적이 견조한 금호석화마저 명단에 들지 못했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이던 통신사도 보이지 않는다. 수익성을 밸류업(Value-up) 보다 우선한다고 해도 업계를 ‘우울’하게 한다. 따라서 합당한 기업가치 지표일지 의문부호도 남기고 있다. ‘K-밸류업 지수’에 들면 우수기업과 유망기업으로 일단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만한 대목이다.
한국거래소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오는 9월 30일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실시간 제공할 계획이다. 자본효율성과 주주가치 제고 등 질적 지표를 반영한 지수를 내세워 기업가치 중심의 투자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다. 오는 11월에는 관련 지수선물 및 상장지수펀드(ETF │ Exchange Traded Fund)도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K-밸류업 지수’ 발표는 한국 증시에 커다란 모멘텀(Momentum 상승 동력)으로 작동하고 기능하는 것만은 명확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밸류업 지수’를 “지난 과거로 소급해서 최근 5년 수익률을 따져봤더니 43.5%였다”라고 한다. 이는 같은 기간 200개 우량 기업의 주가로 만든 코스피200지수의 상승률 33.7%보다 높은 성과다. 이번 ‘K-밸류업 지수’ 선정에서 탈락한 기업들이 밸류업(Value-up)에 더 공을 들이고 선정된 기업들은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는 더욱더 완화되고 덩달아 주가도 오를 수 있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이 밸류업(Value-up) 종목을 매수하거나 ‘K-밸류업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다면 시너지효과는 더 커진다.
한편 오는 9월 30일부터 실시간 지수 산출로 더 확실해질 것이지만 지수 발표만으로 대폭적인 증시 부양 효과를 거두기에 분명 한계가 있다. 이번 ‘K-밸류업 지수’ 발표는 기업들이 밸류업(Value-up)을 성실히 공시하고 실행하는지의 ‘활동’ 평가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업 지배구조의 선진화를 내세운 지수가 기업가치 우수기업의 투자 유도를 위해 개발된 사실인 만큼 이를 환기하면 더욱 그렇다. 100곳의 구성 종목에 들었는지에 따른 ‘일희일비’가 전부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선정 기준의 명료한 틀만 고수하며 스스로 만족해하지만 말고 보완할 게 많음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세법 개정 및 관련 제도 정비도 ‘K-밸류업’에 보탤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증시의 글로벌 위상이 갈수록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K-밸류업 지수’의 흥행은 특별히 절실하고 화급하다. 글로벌 대표 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 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 기준 ‘MSCI 신흥국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67%로 1위였지만 20년이 지난 올해 기준으로는 11.67%로 중국(24.42%), 인도(19.9%), 대만(18.77%)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 밸류업(Value-up) 성공을 위해선 기업의 참여도부터 끌어 올려야 한다. 지난 2월 프로그램 발표 이후,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계획을 내놓은 ‘밸류업 공시 기업’은 국내 증시 전체 상장사(올해 8월 25일 기준 2,594곳) 중 0.54%인 14개 사에 그쳤다. 내년부터는 밸류업(Value-up) 미공시 기업은 지수 편입에서 배제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앞서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기업 참여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한국 증시의 밸류업(Value-up)이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의 혁신역량과 실적, ‘펀더멘털(Fundamental 기초체력)’ 등 본원적 가치를 당연히 높여야 하겠지만 기업 환경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과도한 상속세율 탓에 대주주들이 주가 상승을 꺼린다는 점에서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40%로 낮추고, 최대 주주 보유주식 20% 할증을 폐지하는 법 개정도 시급하긴 마찬가지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도 증시 부양을 위해선 ‘유예’가 요구되나 야당이 입장을 못 정하고 있다. 연기금을 위시한 기관투자자 참여도 적극적으로 독려해야만 한다. 당연히 ‘K-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기업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기업 보고서 발간, 공동 IR(Investor Relations) 공시, 우수법인 코스닥 대상 가점 등의 지원책과 더불어 다양한 후속 지수를 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화급한 급선무는 시장 신뢰 구축부터임을 명심해야 한다. ‘K-밸류업 지수’ 관련 선물과 상장지수펀드(ETF), 기관투자자의 패시브 자금(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투자자금) 유도 여부도 의당 각별 주시하고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공통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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