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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의 핵심 요지는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과 화재 대응력을 대폭 높이는 데 있다. 첫 번째, 전기차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전기차 제작·운행의 전 과정에 걸쳐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전기차 제작사와 충전사업자의 책임보험 가입을 확대하여, 전기차 화재로 인한 소비자 피해 보호 강화와 더불어 국내외 주요 제작사가 시행 중인 차량 무상점검을 매년 실시하도록 권고하여 배터리 안전관리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며, 실시간 전기차 배터리 상태를 감지‧경고하는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attery Management System)의 기능을 개선하고, 운전자의 실사용을 늘려 화재 위험성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게 하며, 충전량을 제어하여 BMS와 함께 이중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스마트 제어 충전기(PLC Power Line Communication)’ 보급 확대 등을 통해 소비자의 부담과 불안을 줄이는 보급을 확대하여 충전시설 안전성을 확충한다.
두 번째. 지하 주차장 등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지하 주차장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스프링클러 등의 작동이 확산 방지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다수의 전문가 의견 등을 고려하여, 관련 장비 개선‧확충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여나가고, 신축 건물 등에 대한 화재 감지기 설치기준도 강화(열 감지기 → 조기감지형 연기감지기 모든 지하 주차장을 대상으로) 하여 의무설치 대상을 확대하며, 공동주택 관리자 등에 대한 교육과 함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임의 차단‧폐쇄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벌하고, 기존 건물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2%) 의무이행 시기를 지방자치단체 협조를 통해 1년간 유예하며,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지하 주차장 내부 벽‧천장‧기둥 등에는 방화성능을 갖춘 소재를 사용하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세 번째, 화재 대응능력 강화 및 중장기적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화재 발생 시 소방당국의 원활한 화재진압을 위해 내년까지 전국 모든 소방관서(240개)에 이동식 수조(297 → 397대), 방사 장치(1,835 → 2,116개), 질식소화 덮개(875 → 1,131개) 등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확충하고, 성능개선을 지속 추진하며, 공동주택 등의 전기차 충전시설 위치‧도면 등의 정보를 소방관서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관련 「대기환경보전법」 등을 개정하여 유사시 신속한 화재진압 여건을 마련하고, 배터리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위험 등을 낮추기 위해 분리막 안정성 향상을 위한 첨가제 개발과 배터리팩 소화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전고체배터리(배터리의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 기술개발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제도개선 등을 조속히 추진하고, 지방자치단체 및 관련 업계 등과도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대책 이외에 추가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소방청과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T/F’에서 올해 말까지 계속 논의하여 개선과제를 지속 발굴해 나갈 예정이라는 향후 계획까지 발표하는 등 근년에 보지 못한 발 빠른 대응으로 ‘전기차 포비아’ 조기 진정에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정부의 각 부처의 고민이 녹아든 대책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경향신문, 에너지 경제, 한국 투데이) 등에 보도되는 자료를 분석해보면 배터리 정보공개 의무화, 주차구역 확대 1년 유예 등이 포함된 기본적인 화재 안전관리 대책은 잘 나왔지만, 중요한 충전율 및 설치 구역 제한이 빠진 반쪽짜리란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이고, 셀 단위로 관리하는 보다 세밀한 기준이 없으며, BMS 고도화 ‘화재 전 예고’의 구체성도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과충전이 결정적 원인이 아닌데도 과충전에 문제의 방점을 두고 있으며, 스마트 제어 책임보험 역시 이미 대다수 사업자가 가입했고, 현행법으로 배터리 회사 조사마저도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서둘러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나오는 비판 중의 하나는 지난 인천 화재를 기점으로 서울을 포함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전기차 충전율이 90%가 넘으면 지하주차장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대책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 설치와 충전율에 대한 내용들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았고 인천 화재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가 급하게 소집한 ‘전기차 화재 대응 태스크포스팀’ 회의에서도 전기차 충전율 제한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정작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을 두고 전문가들의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최근 업계에선 ‘과충전은 전기차 화재의 결정적 원인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 측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됐다”라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100%라는 충전량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여유용량을 제외한 수치다”라는 설명이다. 한편,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 모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이 높으면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인데, 이러한 부분이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실질적 대책으로 보기 아쉽다”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여전히 과충전을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바라보고 “스마트 제어 충전기(PLC) 보급을 확대한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미 보급된 ‘완속 충전기’도 순차적으로 ‘스마트 제어 충전기’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하지만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에는 주행거리가 단축되어 전기차의 매력이 반감된다며 이러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이번에 발표된 정부 대책에는 배터리 충전율에 관한 내용이 아예 빠졌다.
또한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지하 3층까지 허용한 현행 규정은 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의 약 60%가 지하에 설치되어 있다. 지하 3층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소방차의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지상 혹은 지하 1층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결국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설비가 부득이하게 지하에 설치하는 경우 지하 2층 이내, 연기와 가연성 가스 배출이 용이한 위치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현재는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 정격전압, 최고 출력 등을 공개하고 있을 뿐이지만 올해 10월 이후에는 배터리 셀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형태, 주요 원료 등 보다 구체적인 정보까지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정부가 인증해준다. 하지만 이는 ‘배터리팩’에 대한 기준일 뿐이고 인증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팩이 아니라 셀 자체의 단락 등으로 발생한다. 전문가들이 배터리 셀 단위, 모듈 단위에서의 정밀검사와 관련 인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제조과정은 셀 단위를 묶어 모듈로 만들고, 다시 이들 모듈 여러 개로 최종 배터리팩을 만든다. 이 제조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셀을 엮는 모듈 제조 기술이다. 배터리 셀에 화재가 발생해도 다른 셀이나 모듈로 번지지 않게 하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BMS는 자동차 배터리를 전체적으로 관리·보호·제어하는 ‘두뇌’의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된다. 배터리 이상 여부 점검부터 배터리 셀의 기능과 내구성까지 최적의 성능으로 유지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 출시된 전기차는 배터리의 순간 또는 미세 단락을 감지하는 기능도 있어 화재를 사전에 감지하는 데 좀 더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설치된 완속충전기 대부분은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장착되지 않아 자체적으로 과충전을 예방하는 기능이 없다. PLC 모뎀이 갖춰져 있으면 전기차에서 배터리 충전상태 정보를 건네받아 이를 토대로 과충전을 막을 수 있다. 차제에 정부는 지금까지 노정(露呈)된 문제점들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문제점을 도출하여 즉각 대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서둘러 보완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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