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64 ) 미치광이처럼 정보를 모으다

이현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4-26 14: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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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어깨에
날개를 달아 준 사람들

 한국에서 돌아온 나는 자동차를 샀다. 비록 할부로 산 것이긴 해도 빨간색 승용차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밤늦도록 학생들을 돕다가 버스를 놓치면 택시비 5달러를 아끼기 위해 추위를 무릅쓰고 먼길을 걸었던 나. 이제는 아무리 먼 거리도 쉽게 움직일 수 있고, 학생들이 원하는 곳도 어디든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을 다녀온 후로 나는 학교 정보를 본격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캐나다 전역에 있는 모든 학교들의 정보를 얻기 위해 내가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짐의 오랜 친구이자 나의 친구가 된 가수 제이스도 나를 도와주었다. 마침 그녀는 가수 생활을 잠시 쉬고 있어 밴쿠버로 오라는 내 청을 들어주었다. 누구보다 동부쪽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곳곳에 살고 있는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을 활용해 자료를 수집해 주었다.
그녀는 똑똑하고 민첩했으며 집요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아주 작은 도시의 학교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 친구들에게 그곳 전화번호부를 복사해 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등 원하는 자료는 끝내 손에 넣고야 말았다.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직접 학교를 찾아가서 어떤 학교인지 알아봐 달라고도 했다. 제이스는 두어 달을 밤이고 낮이고 나와함께 숙식을 같이하며 그 일에만 매달렸다.사실 제이스와 가까워지기 전까지 나는 은근히 그녀의 존재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짐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때 그녀는 사스카추언에 살고 있었는데 잠깐 밴쿠버에 들렀다고 했다. 묘한 기분으로 따라 나갔는데 막상 만나 보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여자였다.
물론 그것으로 내 찜찜한 구석을 모두 지워 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 후 그녀는 온타리오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짐과 그녀의 관계를의심하며 약혼 결정을 망설이던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는 4시간 동안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다. 화장실에도 가지 않고 짐에대해서, 그리고 세상 사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내
가 부럽다고 했다.
“나의 가장 진실한 친구인 짐이 앞으로 당신의 남편이 될 것이니까요.”
그녀는 이렇게도 말했다.
“어쩌면 한편으로는 내가 더 행운아일지도 모르겠어요. 부부란한번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우리 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내 생에 있어서 가장 긴 시간의 통화를 하고 나서, 나 또한 짐처럼 그녀와 우정을 키우리라 마음먹었다. 물론 그길로 약혼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이후 우리는 한번 전화기를 붙들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대화를 했다. 제이스는 날이 갈수록 나와 더 친해졌다. 우리는그만큼 잘 통했고 둘 다 화끈했다.
나는 제이스의 도움으로도 모자라 할리팩스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인 짐의 큰누나 린에게도 연락하여 그곳 학교들의 실태를 낱낱이 알아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내가 직접 뛰어다녔다. 밴쿠버를 중심으로 버나비, 리치먼드, 뉴웨스트민스터, 코퀴틀람,써리 등등 수많은 교육청과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안에 있는 거의모든 초.중.고등학교와 영어 학교를 돌아다니며 관계자들을 만나 학교가 어떤지를 파악했다. 하루에 잠은 2-3시간 자면서 정보를 얻는데 미치광이가 되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다 보니 계절이 언제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른채 한 해가 가고 있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도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온 힘을 다해 뛰어왔으니 그러고도 안 된다면 그것은나의 능력 밖이라 생각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분주하던 1996년의 12월. 그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그즈음 나는 사업가로서의 기반을 하나 둘씩 잡아가고 있었다. 이를 축하라도 해 주듯 50년 만에 밴쿠버에 폭설이 내렸다.
눈 때문에 모든 초.중.고등학교와 영어 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김대영, 김미진 학생과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던 학생 몇명이아침에 내 아파트 앞에서 모여 뒤에 있는 공원으로 갔다. 우리는 두패로 나뉘어 개구쟁이들처럼 눈싸움을 했다. 짐도 뒤늦게 합세하여깔깔거리며 눈싸움을 즐겼다. 모두들 소년 소녀로 돌아갔다.
‘나쁘지 않구나. 이렇게 아이들처럼 활짝 웃으며 잠시나마 바쁜일을 접어 두고 함께 어울려서 자연과 숨쉬는 것이......’아파트로 돌아온 우리는 핫 초콜릿을 마시며 또 한 번 서로를 마주보며 웃어 댔다. 그해 크리스마스는 써리에 있는 짐의 아파트에서학생들과 함께 보냈다. 둘째 누나 샤론도 참석했다. 선물 교환도 하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면서 처음으로 ‘편안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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