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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7월 1일부터 3단계 DSR로 대출한도를 조이는 이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 단연 가계부채 관리에 있다. 이전 단계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심사 때보다 가계대출 문은 당연히 좁아진다. 서울ㆍ경기ㆍ인천(수도권) 스트레스 금리 1.50%가 가리키는 건 자산 아닌 부채 상환능력이다.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4.22%의 고금리인데도 1분기 ‘가계신용 잔액액(가계대출 잔액 + 판매신용 잔액)’이 1,928조 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다. 지난 5월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1/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 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1,925조 9,000억 원 대비 2조 8,000억 원 증가했다. 이중 ‘가계대출 잔액’은 1,810조 3,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1,805조 5,000억 원 대비 4조 7,000억 원 증가했고, ‘판매신용 잔액’은 118조 5,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120조 4,000억 원 대비 1조 9,000억 원 감소했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1,133조 5,000억 원으로 9조 7,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676조 7,000억 원으로 4조 9,000억 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문제와 직결돼 있어 매우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6월에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2개월 연기하자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로 받아들여지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이 지난해 7월에 5조 6,000억 원, 8월에는 무려 8조 2,000억 원 폭증하고 서울 집값도 폭등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빚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정부가 예고한 일정대로 엄정하게 시행함으로써 정부의 가계대출과 부동산시장 관리 의지를 오해하거나 곡해하여 의심받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올해도 1분기에는 가계대출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지만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제 일시 해제 등 여파로 지난 4월에만 한 달 새 가계대출이 5조 3,000억 원 급증하는 등 심상치가 않다. 오는 7월 1일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선(先)수요가 몰려 이달 들어 15일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이 2조 8,979억 원 늘어났다. 지난 5월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15일 기준 745조 9,827억 원으로 4월 말 743조 848억 원에서 반달 새 2조 8,979억 원 늘어났다. 이런 추세라면 5월 말까지 6조 원에 가까이 늘어 날 것이라 추산된다.
주택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데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제2금융권 예금자 보호 한도 확대 등 변수들도 있어 부동산 가격이 언제 다시 들썩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디딤돌·버팀목 대출이나 신생아특례 대출 등 정책 대출은 여전히 DSR 규제에 빠져 있다. 풍선효과로 인해 수도권 정책 대출이 폭증하지 않도록 미리 차단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가계부채는 이미 절대 규모가 임계점을 넘은 상태로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따른 불안이 커지자, 은행들도 금리를 높이거나 상품의 한도를 줄이는 등 수급 조절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지난 5월 16일 일부 신용대출 상품에서 우대금리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우대금리를 없애면 대출금리 인상 효과가 있다. 반면 주담대 금리를 낮추는 곳들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6일 비대면 주담대 및 전세대출 항목에 우대금리를 신설했다. 아직 가계대출을 늘릴 여력이 있고, 하반기 대출 시장 위축 등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장기간 이어지는 소비 부진과 저성장의 배경에도 원리금을 상환하느라 빠듯한 가계의 재무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단기적 해결책은 자칫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10년 정도의 시계를 갖고 연착륙에 나서야 한다. 과도한 빚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으며, 내핍과 고통 분담은 불가피하다.
한편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권 주요 대출상품의 평균 신용점수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들이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운용하면서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들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5대 은행에서 분할 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35점(KCB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947점)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2022년 7월(909점) 이후 계속해서 상승해 2023년 말 930점을 기록한 뒤 최근엔 940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도 914점(2022년 7월)에서 931점(2025년 3월)으로 높아졌다. 전세대출도 2023년 12월 920점에서 올해 3월 932점으로 올랐다. 최근 2~3년 사이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선 신용점수 930~940점이 사실상의 기준선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KCB 신용점수 기준에 따르면 942점 이상은 1등급, 891~941점은 2등급, 832~890점은 3등급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900점 이상은 고신용자, 950점 이상은 초고신용자로 분류된다.
이 같은 추세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 영향이 크다. DSR, LTV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대출 총량을 줄이기보다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저신용자는 사실상 은행 대출 심사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문제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도입된 인터넷전문은행조차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벽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3월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68점으로 시중은행 평균보다 30점 이상 높았다. 전세대출 역시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은 943점으로 시중은행 평균인 932점을 웃돌았다. 무엇보다 인터넷은행이 저신용자에게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실제 대출은 고신용자 위주로 집중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가계부채의 구조적 위험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시행하는 만큼 가계부채 관리는 필요하지만,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금융소외 계층이 배제되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음을 유념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향후 대출 규제가 지금보다 강화하는 경우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은 한층 더 위축될 수 있다. 7월 1일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가 적용되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기존 대비 1,000 ~ 3,000만 원 정도로 감소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 1억 원인 차주가 연 4.2% 금리의 혼합형(5년) 주택담보대출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을 받는 경우 DSR 2단계 적용 시 6억 3,000만 원이었던 한도가 3단계에서는 5억 9,000만 원으로 약 3,300만 원(5%↓) 줄어들게 된다. 신용대출 한도도 2단계 대비 약 100~400만 원 정도 감소하게 된다. 이렇듯 대출 문턱이 계속 높아지는 경우 중·저신용자들이 2금융권이나 대부업권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리 부담과 연체 가능성 증가는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에도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신용점수 900점 중·후반대가 돼야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구조는 과도한 규제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금융 포용성 확대라는 정책 취지와 괴리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스트레스 DSR 3단계 등이 맞물리며,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은 한층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보다 적극적·공격적 포용금융 실행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대출 제한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대출 규제와 같은 수요억제책만으로는 불안정한 집값을 잡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출 문턱을 높인다고 해서 수요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어서다. 강남, 용산, 마포 등은 이미 대출받아서 집을 사기 힘들 정도로 집값이 뛰었고 일부 자산가는 대출 없이 현금만으로 고가 주택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 1,000만 원인데, 강남구는 43억 6,400만 원으로 무려 4배가량이나 차이가 난다. 압구정 현대 7차 전용면적 245.2㎡는 최근 역대 최고가인 130억 5,000만 원에 팔렸다고 한. 지난 2월 일시적으로 풀렸다가 다시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가 무색할 정도다. 주택 시장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강남구 아파트 한 채를 팔면 도봉구에서 네 채를 살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지방과의 격차는 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강남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부산 해운대 아파트는 아직 전고점 대비 30%가량 떨어진 상태에 머문다. 부동산시장은 심리에 따라 움직이고, 작은 자극에도 타오를 수 있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수요만 옥죄고 공급 해법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당초 계획을 바꿔 3단계부터 2금융권을 규제 대상에 포함한 것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출 건전성 강화와 부실 위험 감소를 중시한다는 의미이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 등 모든 금융권의 신용대출과 장기카드대출(카드론)에도 적용되므로 그만큼 강력하다 할 것이다. 제한적이라고 보지만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의 자금조달 통로가 아예 막혀버릴 우려가 크다. 카드 업계엔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우려가 큰 데 반해, 가계대출 허들이 높아진 데 따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개연성마저 있다. 카드론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도 관리 대상임에 틀림이 없다. 연체율 상승과 금융 소외 심화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특히 일부 차주가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 등 비제도권으로 밀려날 가능성에도 적극 대비해야만 한다. 빚 갚을 능력이 충분한 실수요자가 집 살 기회를 놓치는 일도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 건전성 규제의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만 한다. 경제 규모 대비 세계 2위라는 가계부채다. 지난 5월 16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세계 38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캐나다(100.6%)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제어 장치로서도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부작용이 없어야만 가계부채 억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성 담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근본 대책은 무엇보다도 공급이 늘어나야만 한다. 민간 참여 유도, 정비사업 규제 완화, 인허가 지연 해소 등 구체적이고 실현이 가능한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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