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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제지표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 조짐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7월 11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12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고금리 상황은 지속되고 있지만, 금리 인하 기대와 전세·월세 가격 상승, 공급 절벽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가격 하방 압력을 억제하고 매수 수요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보니 빚을 내서 집부터 사고 보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불씨도 되살아났다. 지난 7월 11일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4조 264억 원으로 6월 말 552조 1,526억 원에 견줘 약 열흘 만에 1조 8,738억 원이나 불었다. 문제의 핵심은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주택 사업자들이 사업을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공급이 위축됐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서울에 공급하기로 한 주택은 인허가 기준으로 19만 가구인데 현재까지 실제 공급된 물량은 3만 5,000가구로 18.4%에 그쳤다.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1만 5,080가구에서 올해 상반기엔 5,850가구로 61.21%나 줄었다.
이런데도 정부 당국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일시적인 잔 등락”이라며 “추세적 상승 전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등의 공급 물량이 넉넉하고 고금리 지속으로 수요 계층이 제한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공사비 급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주택 사업은 속속 좌초되고 시장의 공급 부족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부동산가격 상승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 8일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가계 부채와 부동산가격이 수도권 중심으로 올라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0주 연속, 매매 가격은 16주 연속 상승세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 0.24%는 2018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한 탓에 일부 지역에선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날 조짐도 있다.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7월 31일로 시행 4년 차가 되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영향이 크다. 이 시기가 되면‘임대차 2법’에서 정한 기간이 만료되어 신규 계약이 전셋값 급등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2년 계약 기간 만료 후 계약갱신권을 보장받고 계약을 갱신할 때 5% 이내로 인상한 가격이 적용된다. 오는 7월 이후 4년(2+2년)의 기간이 만료되는 계약이 생기는데 이 시점에 임대인이 그동안 올리지 못한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리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집값이 오르는 와중에도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라면서 현실과 괴리된 낙관론을 설파하고 규제에 주력하다가 부동산가격 폭등 사태를 초래했던 아픈 경험을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된다. 요즘 치솟는 집값을 “늘 있어 온 등락”으로 치부하고 뒷짐 지고 있을 때가 결단코 아니다. 이러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부동산 시장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집값의 고삐를 놓칠 우려가 크다. 일반적으로 전셋값은 집값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그런데 주택 인허가 물량 선행지표가 고꾸라지면서 공급이 더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지면 실수요자들은 전세 대신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전세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도 기승을 부린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가격이 12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집값 광풍(狂風)’이 거셌던 3년 전보다 1억 원 이상이나 높다.
전 정부의 오판과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충분한 주택 공급과 일관된 대출 정책으로 집값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공급을 충분히 늘리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경우 전세대출·중도금대출·정책금융 등도 DSR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극약처방(劇藥處方)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당연히 서민과 실수요자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앞으로 가계 부채를 줄이겠다”라는 확실하고 일관되고 통일된 메시지(Message)나 시그널(Signal) 이라도 꾸준히 내보내야만 할 것이다.
연초 대책에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에 3만 가구를 추가하기로 했지만 부족하다면 더 늘리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서울에선 재건축, 재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규제를 더 과감히 풀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인데 정치권은 여야를 초월해 폐지해야 한다. 가뜩이나 공사비가 뛰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는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금’까지 있으니 재건축을 꺼린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뛰는 공사비 자체를 낮출 방법은 많지 않겠지만 공사비 문제로 착공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부동산원 등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도록 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또한 시장을 왜곡해온 ‘임대차 2법’은 서둘러 폐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빌라나 다세대주택으로 임대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전세 보증 가입요건 완화 등 실효성 있는 유인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는 제도 정비도 화급하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로 주택 공급을 서둘러 최대한 충분히 늘려야 함은 물론 오락가락 갈팡질팡이 아닌 일관된 대출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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