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미국發 ‘R의 공포’에 최악의 블랙 먼데이, ‘복합위기 대책’ 세워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4-08-09 13: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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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미국발(發) ‘R(Recession  경기 침체)’의 우려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극단의 공포로 치닫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따른 기술주 약세 등이 이어지며 지난주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에 이어 ‘검은 월요일(Black Monday)’까지 도래하며 전 세계 증시가 요동을 치며 파랗게 질렸다.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증시가 연일 급락하는가 하면 아시아 증시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8월 5일 개장부터 급락세를 보이더니 코스피(KOSPI) 지수는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폭락한 2441.55로 마감해 1988년 코스피 시장(KOSPI Market) 개설 이후 종가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하락률(8.77%)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이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KOSDAQ Market)은 전 거래일보다 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이날 장 중 한때 주식 선물 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코스피는 5%, 코스닥은 6% 이상 등락하는 상황이 1분 이상 계속되면 시장을 냉각시킬 목적으로 거래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매매를 5분간 중단시키는 이른바 ‘사이드카(Sidecar  주식거래 일시 중단)’와 종합주가지수가 전 일에 비해 10%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모든 주식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이른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  주식매매 일시 중단)’까지 잇따라 발동됐지만 ‘패닉셀(Panic-sell  공황매도)’을 막지 못하며 시가총액 235조 원이나 증발했다.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19일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 주가도 10.3%나 떨어지며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본과 대만에서도 기록이 속출하며 아시아 증시도 패닉(Panic)에 휩싸였다. 일본 닛케이25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4%(4451.28포인트) 급락했다. 하루 낙폭 최대치다. 대만 자취안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8.35% 하락하며 종가 기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다만 일본·대만은 올해 들어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 치우며 과열 양상을 보여왔던 반면 한국은 그동안 눈에 보이는 큰 상승세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동반 폭락해 외부 충격에 약한 한국 증시의 치명적인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주식시장은 경제의 거울’이란 점을 감안하면 힘도 중심도 없이 외풍에 먼저 눕는 ‘갈대 증시’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반영하기 충분하다. 사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지나친 경기 낙관이 적절한 ‘피벗(Pivot  통화정책 기조전환)’ 시점을 놓치는 실수를 낳았더라도 미국 경제 자체가 시장의 우려처럼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내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지만,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순조롭고 금융 측면에서도 큰 불균형이 없다며 투자자들의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연준(Fed)의 금리 인하 의지가 강하고 필요에 따라 ‘빅스텝(Big step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등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봤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이렇듯 공포로 몰아넣은 미국발 ‘R의 공포’는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통계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패닉셀’을 부른 미국의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 분석 전문 업체인 런던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다이애나 이오바넬(Diana Iovanel)’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전 세계 주식 랠리를 방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한 만큼 오히려 연준의 추가 금리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봤다. 미국 연준(Fed)의 9월 기준금리 인하 단행 가능성이라는 호재에도 이렇게 시장이 요동친 것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다. 고용지표 악화와 경기 위축 전망에 시장은 이미 긴장하는 모드(Mode)로 급변했다. 예상보다 부진한 미국의 고용지표 영향이 컸다. 지난 5~7월 미국 실업률 평균은 4.13%로 지난해 3개월 평균치 저점 3.6%에 비해 0.53%포인트 높았다. 특히,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로 시장 예상치이자 전월치인 4.1%를 0.2%포인트 웃돌며 2021년 10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실업률이 급등하게 되면서 ‘경기 침체(Recession)’를 가늠할 수 있는 ‘삼의 법칙(Sahm’s Rule)’이 발동했고 엔비디아(NVIDIA)의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 오류와 인텔(Intel)의 2분기 실적 쇼크 등이 겹치며 기술주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것도 시장의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

이렇듯 복합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정부의 정책 대응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경우 반도체·자동차 선전 덕분에 살아나고 있는 수출 회복세가 꺾이게 된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6%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연준(Fed)이 오는 9월쯤 ‘빅컷(Big cut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시도하는 경우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뛰면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기업 투자도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이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일본이 금리 인상에 나서는 등 각국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며 빚어지는 글로벌 자금 흐름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더해지며 금융시장은 당분간 출렁일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자꾸만 뒷걸음질 치는 성장률, 늘어나는 가계 부채와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 등 우리 경제의 당면한 현안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드는 경우 일반적으로 정부가 적극 재정을 펼치거나,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는 거시 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현재 여건에서는 자칫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들썩이는 수도권 집값과 물가 그리고 한계에 도달한 가계 부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복합위기에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부터 선제적이고 정교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비한 재정 확충은커녕 외려 부자 감세로 세수 부족을 야기시켰다. 이렇듯이 가계 부채와 부동산 불안으로 선제적 금리 인하도 힘든 상황인 데다 자영업자의 위기감이 높은 상황에서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금 지급 중단 사태마저 돌출됐다. 그야말로 우리 경제는 ▷ 0%대로 치닫는 잠재성장률,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의 노동 생산성, ▷ 신성장동력 없이 20년 넘도록 그대로인 주력산업으로 시장이 활력을 갖는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대외 악재가 동시다발로 몰려들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아 더욱 우려스럽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카드는 치솟는 집값과 가계 빚에 발목이 잡혀 있고,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을 풀어 내수를 살리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미국이 오는 9월 중 기준금리 ‘빅컷’까지 거론될 만큼 금리 인하를 눈앞에 두고 있어 우리 통화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결국 거시 정책보다는 수출 내수 등 실물경제와 증시 등 사안별로 면밀하고 정교하게 접근하는 대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미국 대선 등 대외 무역환경 변화에 능동적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초당적 외교 노력은 물론 경제 현안에 대한 신속한 입법 대응 등 정치권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몰아닥치는 다중 위기 앞에서 여야 정쟁은 말 그대로 아주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일 뿐임을 깊이 인식·통찰하고 더 큰 먹구름이 몰려오기 전에 정교한 재정·금융·통화 정책의 조합으로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5차 중동 전쟁’까지 터지면 유가 급등, 공급망 교란 등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총체적 복합위기)’의 파고에 우리 경제가 휩쓸리지 않고 버텨낼 수 있도록 ‘경제 방파제’를 더욱 든든히 쌓아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대내외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장 잠재력 제고와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세제·예산 지원과 족쇄처럼 채워진 무거운 ‘모래주머니’와 같은 규제 사슬의 과감한 혁파, 노동 개혁,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기초체력)’을 키우는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신성장 동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함은 물론 긴축 재정과 감세 중심의 경제정책 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금융·통화 당국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비상체계를 긴급 가동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수립하여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소상공인·자영업자, 제2금융권 등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두 달이나 미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다음 달 1일 예정대로 시행해 정부의 일관된 가계 부채 축소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또 단기 부양책에 그치지 말고 ▷ 구조 개혁, ▷ 규제 혁파, ▷ 전략산업 전방위 지원 등 우리 경제 기초체력을 키우는 정공법을 택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겨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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