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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이 언급한 여건이라면 물가와 고용 상황인데 한때 9%대에 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에 3.2%로 내려온 데 반해, 7월 실업률은 2년 8개월 만에 4.3%로 가장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공화당 후보의 “대선 전엔 안 된다”라는 협박을 물리치고 인플레이션(Inflation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 둔화와 노동시장 냉각에 따라 과감하게 ‘피벗(Pivot)’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물가 안정, 고용 둔화’ 신호에 ‘제롬 파월(Jerome Powell)’의 발언이 더해지자 미 나스닥지수는 이날 2.64% 급등했다. 시장이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旣定事實化)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물가 잡기에 주력했던 연준(Fed)이 고금리 장기화로 경제활동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위험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방향 전환으로 글로벌 통화정책의 변곡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스웨덴·캐나다는 이미 기준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리 인하 시기 검토’를 예고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1분기 1.3% ‘깜짝 성장’보다 0.2% 감소하며 뒷걸음쳤다. 순 수출 성장 기여도 –0.1%↓, 민간소비 -0.2%↓, 설비투자 –2.1%↓, 건설투자 –1.1%↓ 등이 뒷걸음질 치며 0.2% 역성장한 만큼 내수 부양을 위해서도 금리 인하는 필요하다. 시중 금리 지표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도 7월 말 연 2.9%까지 내려왔다. 경제주체들의 부담을 덜고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융 긴축의 완화가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금리를 인하하는 경우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외환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는 가계부채다. 가정용·상업용 부동산이 안정 혹은 침체기인 미국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관건은 부동산 시장 흐름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8월 1일 발표한 ‘7월 다섯째 주(7월 2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8% 상승하며 19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고 상승 폭은 0.30% 오르며 2018년 9월 둘째 주 이후 5년 10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구별로 보면 서울 성동구가 0.56% 오른 것을 비롯해 송파구(0.55%), 서초구(0.53%), 강남구(0.41%), 마포구(0.38%) 등이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러한 서울 상승세에 힘입어 수도권은 0.16% 올라 지난해 9월 셋째 주(0.17%) 이후 45주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0.8%, 0.14% 오른 가운데 과천은 0.45% 상승하며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이런 오름세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바람이 몰아치며 7월 한 달에만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 7,383억 원으로 전월 708조 5,723억 원 대비 7조 1,660억 원 증가했다. 지난 7월의 증가 규모는 2021년 4월 9조 2,266억 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대 증가액이다. 특히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3월부터 월평균 5조 원씩 늘더니, 지난 7월엔 7조 5,975억 원이나 늘어났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런 대출 증가, 집값 상승의 상호작용이 가속화되면 우리 경제가 그 후유증을 감내하기 어려울 것은 당연하다. 이 상황에서 금리가 인하되면 집값과 빚의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연준(Fed)의 피벗((Pivot) 움직임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이른바 ‘3고(高)’에 시달리는 우리로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수출을 빼곤 실물경기는 악화일로(惡化一路)다. 2분기 소매 판매는 2.9% 줄어 1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나타냈다. 폐업이 늘어나면서 올 상반기 체불액은 사상 처음 반기별 1조 원을 넘었다. 반면 물가 상승률은 3월 3.1%에서 4월 2.9%, 5월 2.7%, 6월 2.4%로 내림세를 이어오다 7월 들어 0.2%포인트 반등 2.6% 상승했으나 넉 달 연속 2%대로 안정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7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작년 1월 연 3.2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뒤 같은 해 2월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부터 1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라고 언급한 건 이런 점들을 고려하고 예상해서다.
하지만 글로벌 상황은 디플레이션(Deflation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과 싸웠던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를 저금리로 빌려서 다른 나라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 전략)’로 자금이 이탈해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암살 사태로 중동이 확전 위기에 빠지면서 국제 유가가 출렁거려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달리 금리 결정이 쉽지 않은 건 정부의 정책 실기 탓도 없지 않다. 지난 7월 1일 시행하려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돌연 두 달 연기하여 9월 1일 시행하려는 바람에 대출 및 집값 급등을 부채질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서두르다간 자금의 부동산 쏠림, 실질소득 감소를 가져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정부는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기 전에 대출 관련 제도와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정책 대출은 줄여야 한다. 특히 금리 인하기를 앞두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 광풍(狂風)이 재연되지 않도록 맞춤형 핀셋 정책을 보다 세심하고 면밀하게 펴야만 한다. 집값 상승 심리가 꺾일 수 있도록 주택 공급을 충분히 늘리는 정책을 펴면서 동시에 주거 안정 정책 대출은 조여야만 한다. 두 달 늦춰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 조치는 9월부터 차질 없이 반드시 시행해야만 한다. 이른바 ‘갭투자’를 늘려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쏠림을 야기(惹起)한 전세자금 대출도 DSR 규제를 적용해 급증을 최대한 억제해야만 한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고정금리 대출의 비율을 늘리게 하는 등 이미 2,00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난 가계대출의 위험관리를 강화해야만 한다. 이미 40조 원이나 풀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한 각종 특례대출의 정상화도 시급하다. 또한 역대 최대 수준(상단 기준 2%포인트)인 한·미 기준금리 차이를 감안해서 환율시장도 예의 주시해야만 한다.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등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거나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유연하게 관리해야만 할 것이다. 글로벌 통화정책 ‘피벗(Pivot)’ 시기에 경제 위기가 자주 발생했음을 잊지 말고 전반적인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하면서 더욱 정교하게 대응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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