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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 겸 정읍교도소 교정공무원 안상현 |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선수 출신도 아니고 배구 행정가도 아니기에 순전히 순수 배구팬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조언을 내놓고자 한다. 유수의 언론과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뒷심과 체력의 부족, 끌어주는 리더십의 부재 등은 이미 인정하는 바이다. 안타까운 점은 구단 측 처사다.
21연패라는 치욕의 불명예를 안게 되었으면 홈페이지 공지 사항란에 다음과 같이 실었으면 어땠을까? “거듭되는 연패로 페퍼스 배구팀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합니다. 구단은 이에 큰 경각심을 갖고 있으며, 코치진과 선수단이 더욱 일치단결 합심하여 앞으로 남은 잔여 경기에서 허탈하게 패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것이 10연패, 20연패를 당해도 끝까지 열정을 담아 응원을 하고 있는 전국 페퍼스 팬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지지하고 응원하는 팬이 없다면 프로 스포츠가 어떻게 흥행을 할 수 있으며 구단이 어찌 존속할 수 있겠는가? 타 스포츠처럼 연패가 이어지면 버스를 가로막고 구단주나 사무국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기를 했나? 아니면 코치진과 선수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트럭 시위를 하기를 했나? 착하디 착한 페퍼스 팬들이라서 구단은 그냥 침묵하고 미온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페퍼스 구단은 하루라도 빨리 비상대책 위원회를 꾸리고 팬들과의 소통 간담회도 가졌으면 한다. 필자는 광주FC가 2부 리그로 강등되고 난 후인 22년 1월 중순, 시민구단이 마련한 팬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구단 사무국 직원들과 감독이 총 참석하였고 팬들의 다양한 건의와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존심을 버리고 팬들과 소통하려는 구단의 진심은 통하였고 결국 22년 상위리그 승격과 23년 K1 리그 3위라는 좋은 성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자본력이 약한 시민구단도 이렇게 팬들과의 소통과 의견수렴을 통해 결과를 보여주는데 중견기업(저축은행)이 후원하는 프로팀이 못해낼 이유가 있는가?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구단 프런트의 미숙한 처사로 소탐대실의 안타까움을 가져온 몇몇 일화는 유명하다. 그 당시에도 구단 측은 역시 제대로 된 사과 성명 한번 발표한 적이 없었다.
창단하여 프로리그에 뛰어든 지 3년이나 지났으나 팬과의 간담회가 한번도 없었음은 너무나 안타깝다. 물론, 팬페스트나 리그 출정식도 간담회 같은 것 아니었느냐고 구단은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이벤트다. 보여주기식 행사인 이벤트와 진지한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상호 경청하고 대화하는 간담회는 분명 그 성격과 형식이 다르다.
페퍼스 구단 선수 19명은 타 팀에 비해 결코 개인적으로 실력이 모자란 선수들이 아니다. 그러나 진흙처럼 단단하게 뭉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쉬이 무너져버린다. 현대 스포츠는 체력과 기본기 못지않게 멘탈도 중요하다. 스포츠 심리전문가의 특별 멘탈 코치도 주기적으로 선수들이 받았으면 싶다. 내가 잘 몰라 원래 받고 있다면 구단에서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스포츠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가길 바란다. 문제점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개개인에 맞는 멘탈 지원 프로그램을 꼭 더 실시하여 자신감도 상승시키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적절히 균형 잡았으면 싶다. 리드할 때는 너무 일찍 흥분해버리고 리드당할 때는 너무 일찍 포기해버린다는 느낌이 드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정말 다각적으로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열혈 배구 팬으로서 페퍼스가 광주에 둥지를 틀 때 너무 기뻐 몇 날 며칠을 잠을 이루지 못한 기억이 있다. 공직자로서 업무에 항상 치이지만 일부러 하루 휴가를 내어 지점을 방문하고 페퍼저축은행 적금통장을 개설한 적도 있다. 구단에 적으나마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서.
지난 2월 6일 플래카드에 이렇게 적었다. 새우도 깡(새우깡)도 깡이 있고 양파도 깡(양파깡)이 있는데 페퍼는 왜 깡이 없냐고. 신생팀이라고 변명하지 말고 연패팀이라고 주눅 들지 말고 깡 좀 가져보자. 페퍼스 배구팀의 발전과 한국 여자배구의 부흥을 둘 다 기원하며 본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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