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국민이 겪는 물 고통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국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6-01-20 11: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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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수·가뭄·녹조·염수는 하나의 시스템 문제다 —

▲추태호/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대한토목학회 탄소중립위원장

 

국민이 체감하는 물 문제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도시는 잠기고, 농촌은 마르며, 강은 병들고, 하구는 흔들린다.

 

우리는 이를 각각 다른 문제로 인식해 왔다. 침수는 도시의 문제, 가뭄은 농업의 문제, 녹조는 환경의 문제, 염수 침투는 해양의 문제로 나눈다.

 

그러나 국민의 삶에서 이 문제들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폭우가 오면 도시는 침수되고, 그 물은 하천으로 몰리며, 하류는 체류하고, 하구는 정체된다. 그 여파는 수질과 생태, 취수 안전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비가 오지 않으면 농업은 흔들리고, 지하수는 과잉 이용되며, 강은 스스로를 회복할 힘을 잃는다.

 

이 현상들은 서로 다른 분야의 문제가 아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한 방울의 비가 어디에서 머물고, 어디로 흘러가며, 어떻게 순환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에서 비롯된, 동일한 시스템의 다른 증상이다.

 

도시는 왜 잠기는가. 강우가 많아서만이 아니다. 물이 잠시 머물 공간을 잃었기 때문이다. 불투수면으로 덮인 도시는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모든 물을 짧은 시간 안에 배수로로 몰아넣는다. 지하 공간은 급속히 확장되었지만, 그 아래를 지키는 물관리 운영구조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침수를 자연재해라 부른다. 그러나 그 상당 부분은 국토를 어떻게 사용해 왔는가라는,국가 운영 방식의 결과다.

 

농촌은 왜 마르는가. 단순히 비가 적어서만이 아니다. 산지와 토양이 물을 머금지 못하고, 저수와 재분배 구조가 기후의 변동성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뭄은 강우량의 문제가 아니라, 물을 저장하고 되돌려 쓰는 국가 물관리 운영구조의 문제다.

 

강은 왜 병드는가. 상류의 오염, 중류의 생활 영향, 하류의 체류가 하나의 연쇄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강은 구간별로 나뉘어 존재하지 않는다.

 

하천은 하나의 연속된 생명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 구간의 문제”, “저 구간의 대책”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구조적 모순이 숨어 있다.

 

통계상으로는 ‘처리 완료’지만, 환경적으로는 여전히 차단되지 않은 위험으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행정적으로는 ‘처리 완료’로 분류된 분뇨와 오염원이, 환경적으로는 시간차를 두고 하천으로 재유입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구는 왜 불안한가. 강과 바다가 만나는 그 지점이 정책의 경계가 되기 때문이다. 상류에서 내려온 모든 물과 물질이 모이지만, 하구는 종종 “하천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곳”으로 남는다.

 

염수 침투는 해수면 상승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담수의 힘이 약해질 때, 바다는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지하수는 왜 위협받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오염은 천천히 누적되고, 고갈은 뒤늦게 드러난다. 문제가 눈앞에 나타날 때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에 이른다. 이 모든 현상은 하나의 사실을 말해 준다.

 

도시, 농촌, 하천, 지하, 하구, 해양은 서로 분리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물순환 체계 안에서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책과 행정은 이 문제를 여전히 쪼개어 다룬다. 도시는 배수시설을 확장하고, 농촌은 관정을 파며, 하천은 준설과 보강을 하고, 수질은 처리시설을 늘린다. 각각은 필요하다. 그러나 각각만으로는 반복을 끊기 어렵다. 문제의 근원은 시설의 부족이 아니다.

 

이 모든 공간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어디에 물이 머물고, 어디로 흘러가며, 어떻게 순환할 것인가”를 국가 차원에서 설계하지 못한 데 있다. 비는 하늘에서 내릴 때 “이 물은 도시용, 이 물은 농업용, 이 물은 하천용”으로 나뉘지 않는다.

 

모든 물은 하나의 순환 속에서 땅과 강과 바다를 거쳐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그 순환을 행정의 경계로 쪼개 관리해 왔다. 그래서 도시는 잠기고, 농촌은 마르며, 강은 병들고, 하구는 흔들린다.

 

국민이 겪는 물의 고통은 자연의 변덕이 아니라, 국가가 물을 어떤 운영구조로 다루고 있는가의 결과다.

 

도시는 잠기고, 강은 썩어가며, 악취는 반복된다. 이 모든 현상은 시설의 부족이 아니라, ‘물 순환을 설계하지 못한 국가 운영구조’의 결과다.

 

예컨대, 복개율이 60%를 넘는 부산 동천의 경우, 복개 구간 유속은 0.05~0.1m/s 수준에 머물고, 용존산소는 1~3mg/L까지 떨어진다. 이는 자연하천의 회복 능력이 구조적으로 차단된 도시형 수계임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공간은 ‘정화시설 추가’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수리·수문·수질을 통합해 물의 흐름 자체를 재설계하는 국가적 운영구조 없이는 반복을 끊을 수 없다.

 

이제 물 정책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어디에 시설을 더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순환을 끊김 없이 작동하게 하는 국가 물관리 운영구조가 존재하는가”다.

 

3회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 관리 기본법과 국가 물 관리 체계가왜 기대만큼 작동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제도에 내재한 구조적 제약을 차분히 짚어보고자 한다. 문제는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이제는, 왜 제도가 반복을 끊지 못했는지를 정면으로 바라볼 차례다.

 

 

※ 본 글은 특정 정권·정당·기관·개인 또는 개별 사업을 비판하거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에 대한민국의 물 관리 체계가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공공정책적 제언이다. 모든 내용은 국민의 안전과 공익을 위한 학문적·정책적 논의이며, 어떠한 민·형사상 판단이나 특정 이해 관계자에 대한 평가를 의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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