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달아 준 사람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렇게 할 수 없어요.”
며칠 전부터 얼마 되지는 않지만 이민 가방 2개에 짐을 하나하나넣었다. 그동안 학교 정보며, 컴퓨터며, 한국에 있는 언니가 보내준 가벼운 이불 하나, 몇 가지의 살림살이가 불어 있었다. 다음날이휴일인 토요일이어서 천천히 짐을 싸도 되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않았다. 될 수 있으면 그곳을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짐은 목요일인 3월 28일 밤에 나를 태우러 왔다. 달포 전에 얻어놓은 밴쿠버 다운타운의 하로스트리트에 있는 고층 아파트로 짐의일부를 옮기기 위해서였다. 짐과 함께 돌아다니며 얻은 다운타운의고층 아파트는 원룸이었다. 비교적 넓은 방을 선택했다. 학생들의방문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쌀쌀한 초봄의 공기를 마시며 짐과 함께 아파트로 짐을옮겼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아파트에 가지고 간 몇 개의 짐을 내려놓자 눈꺼풀이 뜨거워졌다. 나는 짐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서둘러 아파트를 나왔다.
드디어 3월 29일 금요일, 나는 내가 머물던 2층 방을 깨끗이 청소했다. 내가 머물던 그곳에 먼지 하나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제와마찬가지로 짐은 퇴근하자마자 내게 달려왔다.주인 아주머니와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그 집을 나왔다.
처음으로 쫓겨나지 않고 내 스스로 걸어 나와서 그런지, 그 집 대문을 나서면서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
“김옥란, 너 지금 모습이 꽤 괜찮다.”나는 옆자리의 짐에게 재촉했다.“빨리 이곳을 벗어나요. 속력을 더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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