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오 케" 오늘의 연재 (13) 방송통신대, 그리고 유치원 교사

이현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1-31 08:43:58
  • -
  • +
  • 인쇄
눈물도 투지도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내가 나만의 방을 갖고 난 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대학 입시였다. 나는 밤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서 대입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을찾았지만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을 위한 과정을 찾기란 쉽지않았다. 인문계 공부를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 월급으로는 감히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비싼 학원비가 큰문제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 당시 친하게 지내던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고등학교 동창 회황이와 대학 진학에 대해 심각하게 토론을
했고 결국 우리는 방송통신대학을 선택했다. 매일 학교를 나가지 않아도 되었고 무엇보다도 학비가 쌌기 때문에 우린 서둘러 등록을 마치고 학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방학이라 학생들이 떠난 텅 빈 전남대 캠퍼스에 책가방을 들고들어서는 내 마음은 다소 설레었다. 주변의 같은 과 통신대생들을바라보면서 우리는 비슷한 운명을 지닌, 비슷한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방송통신대학은 일을 해야 하는 나에게는 적합한 곳이었다. 낮과주중에는 일을 하고 밤과 주말에는 공부를 하는 나의 주경야독은 그렇게 2년 넘게 계속되었다. 그러나 3학년 1학기가 지날 무렵, 나는심한 좌절감에 빠져들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며칠 동안 무엇 하나 입에 댈 수 없었다. 취직을 하려 해도 대부분의회사는 정규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거나 무슨 자격증을 요구했다.
나는 결국 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방송통신대학을 그만두고 유치원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8개월의 코스를 이수한나는 수료와 동시에 서울 장안동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 자리를 얻을수 있었다.
나는 열심히 일했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래서인지아이들은 누구보다 나를 잘 따랐다. 고사리 같은 손과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은 내가 들려준 동화에 울고 웃으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나눴다. 그중엔 부모가 신발 공장을 하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선생님, 지금 우리 엄마가 선생님 신발을 만들고 있어요. 조금만기다려 주세요.”
‘유치원 교사가 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교실에 혼자 남아 아이들의 온기가남아 있는 이곳저곳을 닦곤 했다. 유치원에서는 이런 나를 좋아했고, 어느새 나는 유치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그러나 소박한 이런 꿈마저 오래 이어 가기가 힘들었다. 신우염이 걸려 더 이상 유치원 교사를 계속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물에 젖은 솜 뭉치처럼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의사는 당분간 집에서 가만히 누워 주사를맞아야 한다고 했다. 2년 정도 무르익어 가던 유치원 교사로서의 꿈은 그 다음날부터 접어야만 했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방 안에 누워 있자니 억울하고 화가 났다. 차곡차곡 쌓아 오던 알곡들을 몽땅 바닥에 떨어뜨린 것 같았다.
나는 보다 전문적인 일을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내 몸이아프다고 하루 아침에 일자리가 없어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나을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마치 내 삶에 있어서 습관처럼 되어 버린 몇날 며칠을 골똘히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일에 대해 심혈을 기울여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나에게 적합한 것인가? 나의 능력은 어떤 것인가? 그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 앞에 그 어떠한 것 하나 또렷한 방향을 세울 수가 없었다

 

킴오케 오늘의연재  관련 상담문의 조윤수 010-2844-0675

 

 

[저작권자ⓒ 서울세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세계타임즈 구독자 여러분 세계타임즈에서 운영하고 있는 세계타임즈몰 입니다.
※ 세계타임즈몰에서 소사장이 되어서 세계타임즈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합시다.
※ 구독자 여러분의 후원과 구독이 세계타임즈 지면제작과 방송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타임즈 후원 ARS 정기회원가입 : 1877-0362

세계타임즈 계좌후원 하나은행 : 132-910028-40404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 구독자 여러분의 후원과 구독이 세계타임즈 지면제작과 방송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타임즈 후원 ARS 정기회원가입 : 1877-0362

세계타임즈 계좌후원 하나은행 : 132-910028-40404

후원하기
뉴스댓글 >